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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그나마 민주당이 살려면 - 백성일

백성일(본보 수석논설위원)

통합민주당 공천이 불 붙었다.도내 11개 지역구에 76명이 신청해 평균 6.9대1을 기록했다.이광철의원 지역구인 전주 완산을에는 11명이 신청, 소 싸움처럼 머리가 부딪치게 됐다.민주당 공천은 당선이나 다름없다.지난 대선 때 정동영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지역정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각자 기를 써가며 공천 받기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정읍 김원기 전국회의장이 불출마 선언을 함에 따라 정읍 지역 공천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진무장 임실과 군산 지역구를 제외하고는 공천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그 가운데서도 전주 덕진은 아이러니칼 한 대목이다.원래 정동영의원 지역구를 승계 받은 채수찬의원이 자신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신건전국정원장의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신전원장의 공천 신청을 놓고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청자들 가운데는 공천이 피말리는 작업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더 가혹해야 한다.사실상 공천이 당선이나 다름 없어 유권자도 자연히 공천에 관심을 갖기는 매 한가지.손학규대표나 박재승공천심사위원장이 한나라당 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밝혀왔다.맞는 말이다.금과옥조 같은 조항들을 공천기준으로 제시하지만 과연 말대로 공천혁명을 이룰지는 아직 미지수다.민주당이 이번 공천을 잘못했다가는 지옥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명박정권 출범과 동시에 야당이 됐다.과거 DJ나 노무현정권때의 여당과는 사뭇 달라졌다.본질이 달라졌다.상전벽해를 실감해야 한다.어찌보면 좋은 시절 다 간 셈이다.그렇다고 옛날타령만 늘어 놓을 순 없다.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정권을 빼았겼으니 당연한 귀결 아닌가.지금부터는 야당에 맞는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야당은 도덕성에서 여당보다 그 우위를 점해야 한다.도덕성에서 그 우위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야당의원 될 자격이 없다.

 

신청자마다 자신이 공천적합자라고 말한다.하지만 내면을 뜯어 보면 헛점 투성이다.그간 지역에는 얼굴도 내밀지 않은 사람이 철새정치인이 되어 나타난 대목을 지적할 수 있다.지역 사정이 어떻게 돌아 가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마치 안방 차지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과거처럼 무조건 줄만 잡으면 된다는 사람도 있다.줄서기 정치는 이젠 청산해야 할 낡은 정치 아닌가.

 

최소한 민주당 공천을 받을 사람은 지역민과 애환을 함께한 사람 중에서 선택돼야 한다.로비나 파벌로 전략공천을 강행 했다가는 큰 코 닥칠 수 있다.원칙적으로 현역의원이 있는 지역구는 전략공천을 하면 안된다.다음으로 무작정 다선의원에 대한 물갈이론도 설득력이 없다.자칫 도내 다선의원을 수도권으로 징발할 경우 민주당은 얻는것 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다.현역의원에 대한 평가는 중요하다.지난 17대 총선에서 탄핵바람으로 쉽게 금배지를 달았지만 의정활동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공천에 반영돼야 한다.야당을 제대로 해야만 다음에 정권 잡을 기회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밀실공천이 돼서는 절대로 안된다.

 

/백성일(본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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