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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의 발견] ⑤9회 맞는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밤 늦은 시간까지 전주시내 영화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 ([email protected])

제9회 전주 국제영화제가 달포 앞으로 다가왔다. 적은 예산과 지방도시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이룩한 성과는 놀라운 편이다. 일요일 저녁 옛 안기부 자리 전주정보영상진흥센터 1층에 자리잡은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 조직위 사무실을 찾았다. 자원봉사자 교육과 자막 작업으로 모두 분주한 모습이었다. 제 6회부터 사무국장을 맡은 김건 국장, 성기석 정책실장과 함께 영화제의 고민에 대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간성에 대한 고민]

 

칸, 베니스, 몬트리올 그리고 부산의 공통점은? 영화제 개최 도시라는 것. 더 없을까. 모두 바다를 끼고 있다. 극장에서 몇 분 만 걸으면 바다가 펼쳐진다는 것은 얼마나 환상적인가. 전주는 어떤가? 전주 영화의 거리에서 파도를 보려면 자동차로 한 시간을 달려야 한다. 바다가 없는 곳에서 영화제를 한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제는 의미 있는 영화를 골라보는 기회 말고도 휴양의 의미를 띠기 때문이다. 음식은 자랑할 만하다지만 한옥마을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영화제를 위해서는 결국 공간성의 확보 내지는 창조가 중요하다는 말씀. 본정통이란 일제식 공간언어를 소멸시킨 것은 영화의 거리라는 멋진 말이다. 극장이 밀집한 조금은 낡은 거리에 배우들의 핸드 프린팅과 영화 속 장면들의 캐릭터 의자가 있는 영화의 거리는 너무 좁지 않은가.

 

"전주천까지는 영화거리가 확대되어 천변에서 시민들과 관객이 산보하고 놀고 쉴 수 있어야 한다. 동진주차장 문제도 참 안타까운 부분이다. 영화광장을 조성하고 조형물과 시민의 쉼터를 만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사유재산을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성기석 정책실장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옥투어 프로그램만으로는 아흐레 축제에 갈 곳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읍이나 부안과 연계하는 투어 계획을 물었더니, 내년이 10주년인 만큼 반드시 중장기 발전 계획에 전북도를 아우르는 플랜을 짜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제는 필름이다]

 

어느덧 9회를 맞이했지만 정체성과 시민축제 사이에는 아직도 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전주에 방점이 있습니까, 아니면 국제에 방점이 있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김국장은 이젠 필름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제의 색깔로서 정체성 즉 프로그래밍 운영 그리고 일부 관객의 취향 사이에 일치되지 않는 면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것은 '무비' 아닌 '필름' 페스티벌이란 것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그렇다면 영화제는 시민 속에 자리 잡았을까.

 

작년 유료관객 6만 오천에 80퍼센트 좌석 점유율을 유지했고 이중 60퍼센트가 전주사람이란 수치를 놓고 이제 시민들이 영화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영화제는 해석하고 있었다.

 

[지역과 함께 하는 고민]

 

시민에게 다가서는 영화제가 되기 위한 노력을 물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큐 사진작가들이 찍은 매그넘 시네마 사진전을 4월 15일부터 고사동 옛 에프샵에서 개최한다고 그리고 영화궁전 프로그램을 확대해 5월 3일에서 5일까지 11시 프로그램은 삼성문화회관에서 무료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란다.

 

영화는 제작만이 아니라 비평영역도 중요한 것이어서 전북비평포럼의 참여에 대해 물었다. 올해는 아이디만 챙겨드렸고 내년부터는 비평가상을 제정해서 뚫고 나갈 예정이라고. 이 지역 감독들의 작품발표기회에 대해서는 로컬 섹션을 운영하는 만큼 함경록 이진우 진영기 백정민 등 젊은 감독들을 기대해 달라고 말한다. 또 유운성 프로가 전주출신이고 작년에 새로 합류한 조지훈 프로 역시 전북대 출신으로 지금 캔서스에 유학 하고 있는데 조프로는 자봉부터 거친 밑바닥부터 큰 사람이니 기대해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페스티벌 아이덴티티]

 

팬 확보에 대한 노력도 중요할 것이다. 충성심이 강한 팬 '서포터즈'가 삼천 명 수준을 넘어섰고 한 번에 만 명 이상에게 소식지 메일링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최근 지프레터에는 설문이 실렸는데 이미지를 넘어서 페스티벌에 맞는 아이덴티티 설정에 나선 것.

 

전주국제 영화제는 사실 경쟁부문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지만 전주라는 브랜드에 맞는 상(어워드)하면 딱 떠오르는 그 무엇에 대한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칸 하면 황금 종려, 베를린 하면 곰을 떠올리는데 비해 전주는 스폰서 이름을 딴 상이 수여되는데 한 마디로, 약하다. 그래서 영화제를 상징하는 이미지 메이킹 작업에 고심하고 있었다. 전주천에 쉬리가 사는 것을 이유로 해서 쉬리로 할까 아니면 태극선을 할까 고민이 많아 보였지만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닌 듯했다. 페스티벌 아이덴티티를 위해서 전주시민의 적극적인 의견개진이 필요하다고 김국장은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전주라는 브랜드 가치 그 밖의 고민들]

 

부산국제영화제가 80억의 예산을 쓰는데 비해 사실 전주는 30억이 안 된다. 적다고는 생각지 않을까. 국비 6억 5천, 시비 13억, 도비 2억, 나머지는 자체수입으로 간다고. 지역 축제를 기획하는 예술인으로 적지 않은 돈을 쓰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김국장은 말한다. 예산과 조직 운영에 있어서의 자립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결국 펀드(기금)로 가야 하지만 결국 이것도 중장기 계획이란다.

 

전주시와의 협조는 잘 되고 있는 것일까. "전주가 국내 제1의 영화로케이션 촬영지가 그냥 된 것이 아니다. 예산부터 교통 소방 등 공무원들의 행정 지원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이 없다. 그런데 호텔 문제만큼은 어쩔 수 없다. 우리 영화제의 힘으로 해결 안 되는 것이 숙소 문제다."

 

올해 칸에 다녀온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서양영화인들이 사실 전주는 몰라도 지프(JIFF)는 안다, 고 말한다. 전주라는 브랜드 가치를 국내서만 평가하기 보다는 해외에서 평가하는 것도 중요한 일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전주국제영화제는 낀 영화제다. 2월에는 베를린영화제가 있고 전주에서 영화제가 끝나면 칸이 버티고 있다. 시네마테크도 아직 없는 전주가 국제영화제가 아니면 쿠바 영화와 북아프리카 그리고 중앙아시아 영화를 어떻게 보겠는가. 프로그래머들이 발로 뛴 결과일 것이다. 전주에 바다는 없지만 싸고 좋은 술집들이 섬처럼 널려있다. 전일 슈퍼와 홍도주막에서 집행 위원과 프로그래머가 관객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 시민들은 영화제가 어렵다고 징징대지 않을 것이다.

 

/신귀백(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신귀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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