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평야지대로 흘러내리면서 그 끝자락에 형성한 자연 구릉을 절단해 무덤으로 이용한 특이한 사례가 국내 처음으로 전북 고창에서 확인됐다.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소장 최완규)는 1998년 고창군 아산면 봉덕리 산 47번지 일원에서 발견된 대형 분구묘(墳丘墓.봉분을 갖춘 무덤) 4기 중 1호분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방식으로 무덤을 축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1호분은 그 남쪽에 위치한 봉우리인 태봉(해발 110.4m)에서 북서쪽으로 뻗어내린 구릉 끝 부분에 2호분과 나란히 위치하며, 규모는 장축 72m, 단축 50m, 높이 7m 내외에 이르고, 정상부는 평탄하다.
이 봉분은 전체를 인공으로 쌓아올린 것이 아니라 자연 구릉 한쪽 부분을 잘라내 섬처럼 만든 다음, 이 과정에서 나온 흙을 그 위에 두께 2.5m 안팎으로 다시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이 1호분에서는 전형적인 백제식 무덤 양식으로 꼽히는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이 2곳, 파괴된 석실분이 1곳, 그리고 소형 석곽묘(石槨墓) 2기 등 모두 5곳에 이르는 매장시설이 확인됐다.
하나의 봉분에다가 여러 무덤을 조성하는 이른바 '아파트형 무덤'의 일종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런 무덤 양식은 이른바 마한의 전통이 강한 지금의 호남지방 백제시대 무덤에서는 흔히 발견되지만, "이번과 같은 독특한 무덤 축조방식은 처음으로 드러났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즉 이 지역 일반적인 분구묘 형태는 원래 봉분에서 추가 매장이 계속 이뤄지고 그에 따라 봉분이 계속 확장하는 바람에 부정형으로 발전되거나, 처음부터 아예 봉분을 방형이나 원형으로 만들어 그 속에 여러 차례 매장을 한 데 비해, 봉산리 1호분은 자연 구릉을 최대한 활용했다.
봉분 중앙에 위치한 3호 석실분은 신분이나 지위가 가장 높았던 사람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며, 그 외 다른 무덤에는 그의 가족이나 후손들이 묻힌 것으로 추측된다.
무덤 대부분이 도굴되기는 했지만, 3호 석실분(석실 기준 길이 307㎝, 너비 265㎝ 안팎) 내부에서는 무수한 토기 조각과 함께 중앙부에서 북쪽으로 약간 치우친 지점에서 중국 남조시대 청자 조각이 출토됐다.
이 청자편은 최근 풍납토성 미래마을지구의 대옹(大饔) 안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로 연꽃문양을 넣은 중국 남조시대 유송(劉宋.420-479)의 전형적인 청자로 추측되고 있다.
옛 백제 영역에서 청자는 심심찮게 출토되기는 하지만, 이번 고창 출토품은 그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조사단은 이 무덤이 5세기 중엽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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