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과연 축제의 계절이다. 도내 곳곳이 봄맞이 축제에 빠져 있다. 물론 축제는 사라져 가는 민속과 전통의 복원을 통해 지역민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특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경제적 가치와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 뿐 아니라 보편적인 소재를 축제로 특화함으로써 지역의 청정 이미지 등을 부각시킬 수 있어 지역에는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허나 이들 상당수 축제가 이벤트 성격의 소모성 행사에 그치고 지역별로 차별성도 없다는데, 왜 그럴까? 주요 원인은 관 주도로 치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북도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전북에서 치러진 축제는 107개이고, 여기에는 국비를 포함해 180억5천여만원이 투입되었다. 14개 시· 군에서 3~12개의 행사를 펼쳤으며, 각 지역이 빠짐없이 축제를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전주와 부안 등 4개 지역에서 더 늘려 그에 따른 예산도 20억원이 증액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축제 중에서 민간주도는 불과 전체의 14%인 15개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예산이나 에너지 낭비라며 구조조정을 통해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느니, 축제에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논리가 적용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축제 수가 아무리 많아도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행사라면 누가 무슨 권리로 줄이고 말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자발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의 축제는 대부분 축제가 가지는 문화적 가치보다는 축제의 관광자원화를 강조함으로써 그 지역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우후죽순처럼 생성되어 성행하고 있다. 이것은 축제의 계획 및 집행과정에 전문인력과 시민의 참여가 배제된 채, 관 주도로 추진된 사실에 그 원인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주대사습놀이를 예로 들어 보자. 국악의 발상지 전주에서는 이달 26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28일까지 사흘간 제35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를 전주실내체육관과 전주덕진공원 일원에서 베풀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개최일이 얼마 남지 않는 마당에 이 대회가 존폐의 기로에 있다고 한다. 지난 1983년부터 전주시와 함께 공동 주최해 온 MBC가 재정상태 악화 등의 이유로 손을 떼겠다는 것이 발단이 되고 있다. 전주대사습은 1910년을 전후해서 일제에 의해 단절됐다가 1975년 시민들의 힘으로 '전주대사습놀이 부활추진위원회'를 결성해서 복원되었으나 그동안 관 주도의 틀에 박힌 행사로 전락해 갔다. 그러다보니 화합의 축제가 아닌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때마침 정부는 축제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이번 조처가 단순히 재정적 수단으로 정리하는 발상 보다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다양한 파급효과를 감안한 차원에서 민간주도로 전환해야 한다. 지나치게 유용성과 효율성이라는 계산적 잣대만을 들이대는 순간 축제는 사라져 버릴 공산이 크다.
축제는 지역만의 소중한 인프라이다. 단순한 여흥이 아닌 소통의 장으로서 각 계층이 문화적 갈증과 욕구를 충족할 대중접근성을 강화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관 주도 축제는 전국적인 현상이겠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의 입장에서 짜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축제의 변형을 막아야 한다. 그 방법은 축제를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축제를 시민에게 돌려 줘라.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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