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노후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중요하다. 대개는 있는듯 없는듯 보내지만 때론 평생 쌓아온 업적을 더 빛내기도 하고, 때론 그것을 까먹기도 한다.
민주주의 전통이 길지 않은 우리로선 퇴임후 바람직한 대통령 모델이 많지 않다. 그런 중에도 김대중(DJ)·김영삼(YS) 두 전직 대통령의 노후는 대조적이어서 흥미를 끈다.
이들은 모두 한국 현대정치사의'살아있는 전설'이다. 평생 민주화의 동지로서, 정치적 경쟁자로서 큰 족적을 남긴 거목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40년 넘게'양김(兩金)'이라 불리며 한국 정치계의 양대산맥을 형성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의 도전정신과 불굴의 의지, 민주화에 대한 신념과 역사인식, 정치력 등은 이미 전설이 되기에 충분하다.
새삼 이들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은 낭비일테니, 큰 가닥만 추려보자. 먼저 14대 김영삼 대통령(1993-1998년). 군부 사조직인 하나회를 해체해 쿠데타 가능성을 없앴고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 금융실명제를 도입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였다. 반면 IMF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남북관계를 경색시켰다.
YS의 뒤를 이은 김대중 대통령(1998-2003). 국가 부도사태인 IMF 위기를 조기에 극복했고 햇볕정책을 통한 대북포용정책으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를 토대로 2000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아,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또 인터넷 강국으로서의 초석을 놓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아들 관리에는 큰 헛점을 보였다.
평생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이들의 노후는 어떨까.
DJ는 그동안 운영하던 아태재단과 사료 1만6000여점, 노벨평화상 상금 등을 연세대에 기증해 김대중도서관을 개관했다. 아시아 최초의 전직 대통령 도서관을 설립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평생 추구하던 남북문제 해결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국제적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해의 경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강연회를 비롯 미국 하바드대 케네디스쿨 강연, 노르웨이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 중국 심양 동북아지역 발전과 협력 포럼 등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가졌다. 그 전에도 OECD포럼 기조연설, 버마 민주화촉구 특별성명, 사형폐지국가 선포식, 세계보건기구 총회 개막연설 등을 하였다. 다만 이명박 정부 들어 국내문제와 관련 훈수정치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YS 역시 꾸준히 대내외 활동을 벌였다. 일본 와세다 대학 출강을 비롯 전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가 대표로 있는 북한민주화동맹의 명예위원장, 한국티볼협회 총재 등을 맡았다. 올 4월에는 거제시에서 김영삼대통령 기록전시관 기공식도 가졌다.
그러나 그의 행보중 눈여겨 볼 것은 특유의 독설이 아닐까 한다. 가장 심한게 DJ에 대한 것이다.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듣고 "동네 개가 웃을 일이다"고 했다. 또 "완전히 발악을 하고 있다""요설로 국민을 선동… 이젠 그 입 닫아야"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이회창씨에 대해서는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머지않아 형무소에 가게 될 것"이라고 퍼부었다.
요즘 DJ의 병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국내외 인사들의 병문안이 끊이지 않는다. YS도 DJ를 찾았다. 두 사람의 노후가 모두 모범적으로 평가되었으면 좋겠다.
/조상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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