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좌석에서 들은 얘기다. 올 해 여든아홉 되신 노인은 평소 건강하셨더란다. 세끼 식사 꼭 챙겨 드시고 노인당 드나들며 소일거리 찾아 활동도 많이 하셨단다. 노후를 안정되고 평안하게 지내 복받은 노인네라고 주변이 부러워 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어느날 막내딸이 친정 아버지를 뵈러 왔다가 효도 한번 한 모양이다. "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려면 종합검진 한 번 받아 보세요"싫다는 노인을 억지로 병원으로 모시고 가 CT촬영하고 혈압재고 당뇨·혈액검사하고 요란을 떨었는데 결과는 암 판정이었다. 그것도 의사는 친절(?)하게도 본인 앞에서 증상을 설명해 주더라는 것이다. 그 후 어떻게 됐을까? 노인은 병원에 다녀온지 석달도 못돼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냥 모르고 사셨더라면 90넘어 장수하고도 남았을 분이 자기 병을 알고 난 후 고민고민 하다 그만 명을 단축하고 만 것이다. 효도가 불효(?)가 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얘기들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수 있는게 요즘 세상이다. 그래서 '아는것이 병이요 모르는 게 약'이란 옛말은 지금도 변함없는 경구가 된다.
요즘 신종플루라는 고약한 변종 독감이 미국 유럽등 선진국을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멕시코 돼지농장에서 시작된 이 악성 인플루엔자가 지구촌을 발칵 뒤집어 놓으면서 지금까지 2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 못지않게 제2차 확산파문을 우려 할 정도라니 미상불 무섭긴 무서운 전염병임에 틀림 없는 것 같긴하다.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처음 방역당국이 경계심을 늦춘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발효식품을 많이 먹는 민족에게는 계절독감보다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국민들을 안심시킨 측면이 없지않다. 그러던것이 사망자가 3명이 나오고 환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니까 백신확보니 치료제 수입이니 예방활동 강화니 법석을 떨고 있다. 각급 학교들이 개학을 늦추고 올 가을 대유행을 우려해 지역축제 같은 사람들이 많은 모이는 행사를 취소하는등 행정적 조치들도 잇따르고 있으므로 앞으로 확산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더구나 건강한 사람은 언제 감염됐다가 자연 치유됐는지 모를 정도로 증상이 가볍고 설사 걸렸더라도 1주일 정도 치료받으면 낫는 병이라니 너무 호들갑 떨며 두려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메스컴이 너무 앞서가며 사람들에게 공포감 마저 조성하는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점이다. 마스크 손비누 체온계등 위생용품을 사재기 할 정도로 위중한 병이라면 도대체 우리 국민중 몇사람이나 신종플루에 안심할 수 있겠는가. 병주고 약주는 행태가 비록 신종플루뿐일까만 어떻든지 기우(杞憂)가 지나치면 재채기 한번에도 생병이 들까봐 그게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다.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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