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 전북은 뭘 얻고 잃었을까. '명품 새만금'? 이 슬로건은 이뤄질까 말까 한 먼 훗날 얘기다. 수질이 나아지지 않는 한 '구정물 새만금'이 될 수도 있다. 구호는 대중을 세뇌시키는 마력이 있다. 새만금을 '명품 새만금'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 처럼.
새만금 말고는 특별한 게 없다. 오히려 개발이 멈춰버린 해였다. 세종시 수정 논란과 4대강 정비사업, LH(토·주공)통합과 보금자리주택 등 이른바 굵직굵직한 MB(이명박대통령)정책의 그늘지대가 돼 버렸다.
세종시 수정 방침이 나오자 당장 새만금의 기업유치계획이 흔들렸다. 기업은 여건이 나은 세종시를 쳐다보지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은 새만금에 둥지를 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도시도 천덕꾸러기가 됐다. MB정부 들어 분산· 균형정책이 힘을 받지 못하면서 전주·완주혁신도시는 속빈 강정이 될 공산이 크다. 오늘 토지매입 협약식을 갖는 지적공사가 그나마 체면을 살리고 있다. 이성열 지적공사 사장이 전라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인연이 컸을 것이다. 다른 기관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강 정비사업에서도 전북의 강들은 모두 빠졌다. 수질개선과 수자원확보 등이 목적이라면 새만금 물줄기인 만경강과 동진강이 당연히 정비 대상사업에 포함됐어야 했다. 만경강의 수질을 개선하지 않고는 '명품 새만금'은 불가능하다.
전북은 무주택 서민에게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에서도 소외받고 있다. 중소형 분양주택 70만채와 임대주택 80만채 등 150만채를 10년간 공급한다는 것인데 수도권에 100만채, 지방에 50만채를 짓는다. 광주만 해도 2개 사업지구가 포함됐지만 전북은 없다. 전북엔 무주택 서민이 없단 얘기인가.
전북의 지역개발사업도 올스톱될 지경이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이 모두 LH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인데, LH는 MB정책을 뒷받침 하느라 기존 사업들을 모두 재검토하고 있다.
전주종합경기장 일원의 도시재생사업, 변산해수욕장 관광지조성사업, 완주 삼봉지구와 군산 역세권개발사업, 전주 만성지구와 효천지구 등이 재검토되거나 유보되고 있다. 돈이 없어 보상이 미뤄지자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
MB정책으로 충청과 영남 등 다른 지역은 많은 혜택을 입고 있는 반면 전북은 오히려 피해지역이 돼 버린 것이다.
집권 여당과의 소통 통로가 막혀있는 등 정치환경에서도 전북은 샌드위치 신세다. 영남지역은 한나라당 텃밭이라 소통이 넘쳐난다. '형님예산'에서 보는 것 처럼 해당지역 자치단체장도 모르는 사업예산이 쑥쑥 배정되고 있다.
전남도 여당과 교감을 이루며 소통할 수 있는 유력 창구가 있다. 대통령 측근인 정두언의원과 당 대표 시절 박근혜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정현의원, 현재 정몽준 대표 비서실장인 정양석의원이 모두 전남출신이다.
반면 전북은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 의원 한명 없다. 총선만 되면 비례대표 호남 몫의 3분의 1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진 일이 없다. 그런데도 립서비스는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당일 때 호남이 다른 지역보다 더 발전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9월 취임 후 첫 방문지인 광주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한 말이다.
이틀뒤엔 이명박 대통령이 전북에 내려와 업무보고를 받는다. 파격이다. 그런 만큼 그늘진 전북이 되지 않도록 뭔가 획기적인 보완조치가 나왔으면 한다.
/이경재(본보 경영지원국장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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