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선거철이다. 도지사·시장·군수를 비롯해서 도의원·시군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꼭 석달(6월2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는 도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까지 겹쳐 역대 어느 지방선거때보다 그 열기가 뜨겁다. 현역 단체장이나 의원들은 아직 느긋한 반면 입지(立志)를 밝힌 정치 신인들의 득표활동은 이미 불이 붙었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기 무섭게 거리를 누비며 명함 돌리기나 각종 행사장·참석등 얼굴 알리기 발품이 부산하다. 후보자가 대형 사진이 걸린 홍보물이 행인들의 시선을 끌고 아파트 우편함에는 아직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지역일꾼(?)들의 자기 소개 인쇄물이 빼곡히 꽃히고 있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 했던가? 선거열기가 닳아 오르자 당연히 선거 브로커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요가 발생하면 공급은 자연히 따르는 법이다.
특히 정치 신인들의 경우는 지역내에서 조직기반을 다지기 위해 이들의 도움이 필수적일수밖에 없다. 소위 약발이 먹히는데 외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브로커가 있는가 하면 조건이 맞지 않아 그나마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입지자들도 많다고 들리니 아이러니다. 그래서 선거판은 브로커들에겐 황금밭이요 필요악의 실증무대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브로터란 증개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보험이나 증권, 부동산 거래는 물론 결혼 증매인도 브로커로 통한다. 브로커 앞에 힘(Power)이 붙으면 정계 실력자로 불리듯이 워싱턴 정가의 등록된 브로커들은 연방 상·하원은 물론 미국의 국가 정책에도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더러 '쉬파리 같이 우글대는 브로터들'이란 모멸 섞인 비난을 듣기도 하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비교적 엘리트군(群)에 속하는 브로터들이 우리나에서는 어떤 대접을 받을까?우리 사회에서는 브로터하면 우선 이미지부터 그리 밖지 못하다. 흔히 '사건 해결사'나 '꾀 많은 거간꾼'쯤으로 낮춰 보는게 보통이다. 그러니 대접이고 뭐고 따져볼 일도 못된다. 왜일까? 이들의 활동이 주로 음험한 지하거래로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업계 주변에서 송사(訟事)로 커미션 챙기기나 관공서 상대 이권청탁, 금융권의 대출 알선등이 이들의 단골 메뉴다. 이밖에도 이권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게 브로커이므로 하물며 선거판을 외면할수 없을 것이다.
지방 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일이다. 지역을 살 찌우고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역의 동량(棟樑)을 선출하는 풀푸리 민주주의의 교본적 절차다. 따라서 유권자가 옥석(玉石)을 정확히 가려 낼줄 아는 역량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의 역할이 때로 선(善)기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지자들의 매표(買票)유혹이나 브로커들의 매표(賣票)행위가 정도를 벗어 난다면 결과적으로는 지방선거에 해악을 끼칠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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