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를 40여일 남겨놓고 있다. 민주당은 호남지역에서 경선 잡음을 일으키면서 오만과 독선이라는 비판의 소리를 듣고 있다. 경선 방식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훼손시키며 오락가락했다.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은 "협력해서 지방선거를 잘 치르자"고 해놓고, 속으론 자기 세력 불리기에 매달렸다.
스스로 텃밭으로 여기는 민주당이나 그들에겐 유권자들은 뭘 던져주더라도 받아먹을 거라는 오만함이 깔려 있다. 유권자는 분통이 터질 망정 무력감만 확인할 뿐 달리 방도가 없다. 막대기만 꽂아도 찍어주었던 잘못된 습성의 부메랑이다.
라면 가게가 하나 있을 땐 소비자들은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독점구도의 폐단이다. 라면 가게가 여러 곳 있을 땐 친절도와 가격에서 소비자는 혜택을 누린다. 경쟁구도의 장점이다. 정당구도 역시 이치는 똑같다. 유권자들이 정치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답은 나와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유난히 많은 정당들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의 오만함 못지않게 한나라당의 태도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집권 여당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후보 선출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인센티브제 운용의 문제이다. 적어도 도지사 정도는 경선을 통해 후보를 내세웠어야 했다. 출마의 뜻이 있었던 유홍렬 도당위원장이나 유력 정치인을 참여시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경선을 벌였다면 좋았을 법 했다.
민주당이 경선 파행을 겪고 있는 터에 한나라당이 축제 분위기 속에서 도지사 후보를 경선을 통해 배출했더라면 긍정적 효과가 많았을 것이다. 도정과 민주당에 대해 비판할 건 비판하면서 도민들한테 비전을 제시하는 모습, 선의의 경쟁과 대립이 불모지인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관심을 끌게 하는 반사적 이익 등이 바로 경선 효과다. 그런데 스스로 흥행을 외면하고 말았다.
반면 전남은 어떤가. 전남도당은 출마 선언한 예비후보 3명을 놓고 TV 토론과 여론조사를 통해 전남지사 후보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토론회가 열렸고 엊그제 전남도민을 상대로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출마 뜻을 가진 사람을 주저앉히고 정운천 전 장관을 내정한 전북과는 대조적이다.
그들의 출사표 역시 펄펄 살아있다. "호남은 민주당 일당 독식 정치구조로 지역발전은 물론 정치선진화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호남에서 선거혁명을 이루겠다"
집권여당이 단체장 후보를 내지 못하는 '사태'를 방치해 두는 것도 문제다. 나올 사람이 없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기업도 행정도 모두 인센티브제를 채택하고 있다. 정당이라고 못할 게 뭐 있나?
이를테면 득표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낙선 후보한테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나 정무직 자리, 공기업 감사 등을 배려하는 것이다. 요직자리를 영남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지역간 탕평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한나라당은 사람이 없다고 추가로 공모절차를 밟고 있지만 결과는 뻔하다. 인센티브가 없으니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타날 리 없다.
전북지역의 한나라당은 지금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에서 전의를 상실한 군인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지역정서가 민주당 판이라고는 하지만 잔뜩 위축된, 무기력한 모양새다. 전술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 나가 싸우지도 않고 전리품만 챙길 생각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경재(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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