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에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던 지난달 20일, MBC PD수첩은 일부 검사들의 낯 뜨거운 비리현장을 폭로하는 방송을 내 보냈다. 경남지역의 한 건설업자가 검사장급 2명을 포함해 수십명의 검사들에게 20여년동안 지속적으로 돈 봉투와 향응제공은 물론 심지어 성 접대까지 해 왔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화면에는 그 업자의 개인 노트에 빼곡이 적힌 접대 일시와 장소, 금액 참석자 명단까지 소상히 소개되고 룸살롱 종업원과 건설사 직원의 증언,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들의 해명 발언까지 녹음돼 나왔다. 한마디로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온갖 비리와 부패의 경연장을 보는듯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인터뷰를 요청한 PD에게 내뱉은 지검장의 위압적 언사였다. 그는 "네가 뭔데 내가 대답을 해야 하느냐"고 폭언을 퍼부은것도 모자라 형사적 대응 운운하며 겁까지 주고 있었다. 결국 '까불면 잡아 넣을수도 있다'는 엄포일텐데 업자와 나눈 대화에서는 '이심전심의 동지적 관계'를 들먹이며 살갑던 그가 PD에게 그런 막말을 할수 있다는 의식의 양면성이 새삼 끔찍스러다. 인터뷰에 응한 몇몇 검사들의 태도 또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술좌석에 가긴 했지만'보복성 음해'일 뿐이라는 변명이 궁색하기 짝이없다.
오죽했으면 방송이 나간 다음날 검찰총장이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고 개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파란을 불러 일으킨 업자의 주장은 육성으로 들려준 당시 정황이나 증빙자류등을 보면 검찰의 반박처럼 꾸며낸 이야기는 분명 아닌 듯 싶다. 룸살롱 여종원이 폭탄주 문화까지 들먹이며 증언하고 있고 팁 떡값 수표의 일련번호까지 기록된 마당이니 부인한다고 면피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한번쯤 이번 사건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고질적 향응 접대문화가 비단 그 쪽만의 문제였을까?
사실 이번 사건은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니고 검찰만의 잘못된 관행도 아닌다. 전국 어느 지역이건 그런 류의 토양은 항상 예비돼 있고 언제든 터져 나올수 있는 잠재적 악성 종양일 뿐이다.
오히려 검찰 관련 스캔들은 자칭 지역유지연하는 토호세력이 권력기관을 등에 업고 이득을 챙기려는 악덕의 검은 손 탓이 더 컸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진정서 몇 통으로 벌집을 쑤셔 놓은 경남지역 그 건설업자의 떳떳하다고만 할수 없는 행태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이번 스폰서 파문으로 검찰은 도덕성과 자존심, 명예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아무리 변명해도 국민들의 질타를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정의 중추기관이 권위를 실추 당하면 법과 사회 정의가 설 자리르 잃을 수 있다. 차제에 검찰은 뼈를 깎는 자성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리하여 새로 태어나는 자세로 환골탈태의 결연한 의지를 국민앞에 천명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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