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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쓰나미급 공직 물갈이 - 최동성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겸 논설위원)

 

국립공원 덕유산의 정상 향적봉에 올랐다. 30여년 된 학창친구들과의 산행이었다. 해발 1,614m라지만 불과 4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설천봉까지 곤돌라를 이용하고 15분 정도는 걸었다. 마침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가 개막한 날이어서 이 코스에는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무주와 장수, 거창과 함양 방면에서 종주한 땀범벅 등산객들은 안개비 사이로 언뜻 보이는 고봉들의 파노라마에 환성을 질러댄다. 다른 코스에서 올라왔지만 다들 낯꽃이 환하게 피어났다.

 

도내 관가가 지금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단체장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대규모 인사가 이뤄지면서 일부 단체에선 보복성 및 보은성, 코드인사설이 나도는 등 선거 후유증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역 단체장이 선거에서 패한 지역이나 당선이 유력했던 후보가 낙선한 지역, 현역이 재선됐더라도 접전을 벌인 지역에서는 '권력교체'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된다.

 

선거결과에 미친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따라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에서 하마평이 무성하다. 가히 쓰나미급 물갈이가 아닐 수 없다. 도내에선 단체장이 바뀐 곳이 전북도와 14개 시·군 가운데 정읍시, 남원시, 임실군 등 3곳이지만 신임 교육감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런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도내 관가 전체가 인사 태풍권에 들어선 셈이다.

 

새 술에는 새 독이 필요하다. 지난날의 독이 한계를 보였다면 새 독은 헌 독의 결점을 메워야 한다. 새로운 수장체제의 출범에 물갈이 인사가 없을 수 없다. 인사교체는 당연하다. 정체된 조직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단체장의 정책철학과 비전을 같이하는 측근들이 행정의 능률성과 책임행정을 보다 강력하게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논공행상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요즘 인사판 돌아가는 걸 보면 내 사람 챙기기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정상적 시각의 도를 넘는 일이 석연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선 조만간 전북도의 정기인사, 각 시·군의 부단체장 및 후속 인사, 도교육청의 지역교육장 등 대폭적인 인사가 있을 예정이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여기에 눈을 부릅뜨고 있다.

 

물론 선거직후 인사폐해가 사회적 이슈화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줄 잘 서야 하는' 인사태풍의 악순환은 이미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다. 공직이 불안정하면 대민 서비스는 뒷전에 밀려나게 마련이고, 그 피해는 결국 주민에게 돌아간다. 보상이나 코드 차원의 인사는 내부적으로도 행정의 난맥상 뿐 아니라 공직사회의 질서를 파괴 할 수 있다. 공직을 전리품(戰利品)으로 여기는 행태를 경계하는 이유다.

 

이런 기우를 말끔히 덜어주는 게 단체장과 교육감의 몫이다. 그 핵심엔 다른 코스를 달려온 전문가와 행정력, 측근 등을 주민의 눈높이로 조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관직을 선거승자의 것으로 개념화한 엽관제(獵官制. spoils system)로는 민선순항에 한계다. 객관적인 조직진단과 함께 예측 가능한 인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주민에게 봉사하고 섬기겠다고 다짐했던 단체장들의 약속이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나의 머릿속에는 언젠가 그들을 꼭 심판할 것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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