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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구경거리 권력싸움 - 김승일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세상사 구경거리 가운데 불 구경이 제일이라 했다. 남의 집 거덜나는데 보는 사람은 재미있다니 놀부 심사가 따로 없다. 그런데 불 구경 못지않게 재미있는게 또 있다. 싸움 구경이다. 사람들이 몸으로 하는 싸움은 장본인들이야 얻어 터지건 말건 보는 사람은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서 불난데 부채질 하듯 은근슬쩍 부아를 돋궈 판을 키우는 얌체 구경꾼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싸움이 몸 싸움이 아니라 재산 다툼이나 지위 다툼, 권력 다툼에 이르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선 그 싸움이 알게 모르게 나한테까지 옮겨 붙어 생각지 않은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길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가 경영을 둘러싼 권력 다툼에 이르러서는 권력을 가진 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국기(國基)를 흔들고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경계의 대상이 엄청된다.

 

요즘 한나라당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영낙없이 그 짝이다. 당 대표와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한바탕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도 그 뒤 끝이 영 개운치 않다. 첫 지도부 회의에서 주류니 비주류니 가시돋친 설전이 오가고 내분의 도화선이 됐던 권력 농단 시비는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2·제3의 OK목장 결투가 예견되는 가운데 만사(萬事兄通)의 조정력도 기대난인듯 싶다. 그러니 구경꾼들로서는 앞으로도 심심치 않는 '꺼리'에 기대를 가져도 됨직하다.

 

한나라당 내분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시작됐다. 그것이 영포회·선진국민연대의 공기업 인사개입 의혹으로 확대됐고 급기야 대통령 최측근 그룹의 권력농단 시비로 진화했다. 이 싸움 주인공들의 품위없고 치졸한 공방전은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중이다. 자고로 권력이란 잡았을때보다 내놓을때가 가까울수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겨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불거진 이런 '벌거벗고 환도(環刀)차기 식'싸움판을 벌이는것은 보는 구경꾼들의 염장을 지를 뿐이다.

 

이 쯤에서 낡은 스크랩북을 뒤지다 본 로버트 그린의 '권력 48개 법칙'중 한 대목을 옮겨 보자. 그는 맨먼저 '권력이란 원래가 비도덕적이며 도덕을 들먹이는 것은 낙오자의 넋두리에 불과하다'고 정의했다. 그리고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속임수와 잔재주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다만 너무 눈에 띠게 잔재주를 부리고 권력에 허기진 사람처럼 보여서는 주위의 인정을 받을수 없다고도 경고했다. 어떤가. 지금 한나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이 딱 이 대목에 들어 맞지 않은가? 속담에 '부처님 위해 공양하나? 제 몸 위해 공양하지'라고 했다. 지금 한참 물이 새는 배가 언제 어떻게 가라 않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향해 손가락질이나 해대고 있을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게 요즘 한나라당 집안 사정 아닌지 싶다.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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