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난주(20일)부터 시작됐다. 첫날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와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가 출석했다. 예상했던대로 부동산 투기·위장전입·병역비리 의혹 등이 쟁점이 됐다. 그러나 모두 청문회때 마다 단골 메뉴가 됐던터라 판박이 녹음 테이프를 다시 듣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의 폭로·질타·엄포성 발언이 이어지고 반박·해명·변명이 되풀이 됐지만 무엇 하나 딱부러지게 밝혀진것은 없다.
오늘부터는 여야가 진검승부를 가릴 청문회가 기다리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들이 그들이다. MB정부 실세중의 실세라는 이재오 후보자 청문회는 특히 주목된다. 그의 정권내 위상과 평소의 거침없는 태도등으로 봐서 야권의 공세에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으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신재민 후보자도 그렇다. 언론인 출신으로 정권 탄생때부터 공세적 처신을 보여온 그인지라 자질이나 도덕성 검증과정에서 어떤 대응 자세를 보일지 관심거리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그가 과연 잠재적 대권 후보일지 아니면 용 못된 이무기로 끝날지가 판가름 날 중요한 시험무대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 대상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야권이 아무리 벼르고 또 벼른다 한들 이번 청문회 역시 통과의례 수준을 넘지 못하리라 본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MB정부 들어서 청문회 검증에 걸려 낙마한 사례가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작년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호되게 당한 후 스스로 물러난 경우마저도 매우 드문 사례일 뿐이다. 오히려 나는 이번 청문회 최대 관심 대상은 단연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라고 생각 한다.
그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에다가 천안함 유가족에 대한 막말 파문에 휩싸여 청문회에 서기도 전에 사퇴 압박을 받아온 사람이다. 미국 경찰은 시위 진압때 '개 패듯이 제압한다'는 과격 메뉴얼까지 인용하면서 우리나라의 잘못된(?) 시위문화를 성토하기도 했다. 물론 천안함 유가족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했고 일부 발언 내용이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 하긴 했지만 앞으로 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그가 한 말 중에 한가지는 분명히 동의한다. '슬퍼하는 방법도 격(格)을 차릴줄 알아야 선진국 국민이 될수 있다'는 발언 말이다. '동물처럼 울부짓는다'는 표현을 천안함 유족에 빗댄 것은 잘못이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 사고때마다 원색적으로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을 메스컴을 통해 볼때마다 나도 조후보자와 같은 생각을 한 일이 여러번 있다.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사람들도 재난을 당했을때나 사고현장에서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우리 보다는 으젓 하다는게 내 느낌이다. 현장마다 쫓아 다니며 울부짖는 모습을 전달하기에 바쁜 메스컴의 보도태도도 결국 슬픔의 격을 떨어뜨리는데 일조를 하는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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