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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규의 섬진강 들꽃이야기] (19)물봉선

자작나무 함께 있으니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도스토예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 꿈을 꿔 본적이 있지 않은가? 영화 '닥터 지바고', '차이코프스키'와 '러브 오브 시베리아'를 보면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 보고 싶지 않았나? 하얀 설원에 줄지어 선 하얀나무들, 자작나무숲 사이로 라흐마니노프 음악이 흐른다.

 

십 수년전, 톨스토이를 만나러 가는 러시아 겨울의 광활한 벌판에 내리던 눈은 신비의 세계로 우리들을 인도하였다. 막막한 벌판을 하얗게 덮던 눈발은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자작나무 숲으로 이어졌다. 살을 에일 만큼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달리던 차량에서 내려 아이들 처럼 숲속으로 달려갔다. 그 뒤로 10년이나 지나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착륙하려는 창 밖 길옆에 그 때 보았던 자작나무가 길게 늘어서서 그 누구보다도 먼저 반겨주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백두산 서파로 가는 좁은 길에서 또 자작나무 숲을 만났다. 나도 자작나무와 함께 내리는 비에 흠뻑 젖었다. 눈이 내리건 비가 내리건 곱게 차려입은 하얀 옷차림에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뻗은 몸매가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여름이라서 백두산 자작나무는 꽃들과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이 더 빛나보였다. 무릎 높이만한 줄기에 여인의 벌어진 입술모양처럼 노랗게 핀 물봉선이 피어 함께 지내고 있다. 맑게 흐르는 강물에 비친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야봉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울 안에서랑 쉽게 볼 수 있는 봉선화는 원산지가 인도이고, 물봉선이 우리 토종꽃이다. 건드리면 톡 터져버려서인지 꽃말도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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