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은 인간의 첫 호흡이다. 울지 않고 태어난 인간은 어디에도 없으며, 오히려 울지 않는 갓난아이는 엉덩이를 때려서라도 울음을 열어줘야 한다. 손가락 열 개, 발가락 열 개도 모두 그 다음 일이다. 그러므로 '울음'은 우리 생애의 첫 스토리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참 잘도 운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걸리는 게 있으면 일단 울고 본다. 세상이 끝장나는 것처럼 서럽게 펑펑 잘도 운다. 이제 세 살인 우리 조카도 열심히 운다. 좀 잦아드나 싶으면 또 울고, 이제 끝이 보인다 싶은 데 또 운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아이들은 더 이상 온 몸으로 울지 않는다. 눈물이 나려고 하면 꾹꾹 참기도 하고, 눈물이 흘러도 손등으로 쓱 닦아내고는 짐짓 울지 않은 척하며 씩씩댈 것이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울지 않는, 아니 잘 울 줄 모르는 어른이 된다. 울 줄 몰라서, 잘 웃지도 못하는 어른이 된다.
사계절 그림책 시리즈 제31권 '눈물바다'(서현 저). 표지에 보이는 밤톨머리 아이가 주인공인데 웃고 있지만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게다가 눈물에 잠겨 허우적거리는 건물과 사람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험을 봤다. 아는 게 하나도 없다."시험은 망치고, 점심은 맛없고, 짝꿍이 먼저 장난쳤는데 선생님은 나만 혼내고, 비는 오는데 우산은 없고, 흠뻑 젖어서 집에 갔더니 공룡 두 마리는 싸우고, 밥 남겼다고 여자공룡한테 혼나고…. 억울하고 속상한 하루를 겨우 마치고 침대에 누우니, "눈물이 난다. 자꾸…. 자꾸만…. 훌쩍. 훌-쩍. 훌─쩍"창밖의 달님도 슬퍼서 함께 우는데, "어? 바다다. 눈물바다!"
하루 동안 자신을 속상하게 했던 사람들은 모두 눈물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아이는 침대를 타고 파도를 넘으며 한바탕 신나게 논다. 하지만 이내 사람들을 건져서 빨랫줄에 나란히 널어놓고 말려주며, "모두들, 미안해요. 하지만… 시원하다. 후아!"
슬픈 하루를 눈물바다로 말끔하게 씻어낸 '눈물바다'는 슬프거나 힘들 때는 울어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강한 그림책이다. 그림이 유쾌하고 단순하지만 은유적이며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이 넓어서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특히 눈물바다에서 헤엄치는 인어공주, 목욕하는 선녀, 눈물바다에 뛰어드는 심청이, 고래 입속으로 들어가는 피노키오, 토끼의 간을 갖고 용궁으로 향하는 토끼와 자라, 굴뚝에 끼여 있는 산타할아버지 등을 눈물바다에 함께 끌어다 놓음으로서 이야기의 범위를 훨씬 넓혀준다.
이제 앞표지에서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던 아이는 후련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다. 눈물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달래고 토닥이며 슬픔을 모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울음은 내가 나를 위로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며, 그렇기에 누구나 하나씩은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울고 싶을 때는 울자. 울음은 울기위한 것이지 삼키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울음을 삼키기만 한다면 분명 언젠가는 마음이 체하고 만다. 울지 않은 눈물은 결국 가슴에 맺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가슴속에는 얼마만큼의 눈물이 맺혀 있을까. 눈물바다, 가끔은 만나도 좋지 않을까.
△ 이현수 시인은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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