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출신 유재영 선생 추모집 〈춘강문집〉] 고전문학·지명연구 발자취 엿 볼 수 있어
국어학 가운데 지명 관련 연구에서 업적을 쌓으며, 별세하는 순간까지 연구와 저술을 지속했던 고창 출신의 춘강 유재영 선생(1932~2009). 그의 제자들이 중심이 돼 지난 2010년 초 문집의 발간위원회가 발족된 이래 5년 만에 〈춘강문집〉(전5권, 도서출판 박이정)이 나왔다.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춘강문집〉에는 강영옥 전북도 문화재전문위원, 이정진오종근임성규정영길유승섭권면주 문학박사 등이 발간위원회에 참여했다. 춘강기념사업회 대표인 유동일 전남대 교수(고분자융합소재공학부)는 유족으로 문집 발간을 총괄했다.고(故) 유재영 선생은 〈전래지명의 연구〉 등 30여권에 달하는 저서 및 역주서, 〈이재 황윤석의 실학사상〉을 비롯한 어학, 고전문학, 지명 등에 관한 논문 약 40여 편을 발표했다. 그 이외에도 논설, 행장, 비문, 수필, 기행문 등에도 연구 흔적을 남겼다. 도내 지역의 지명 및 고전문학을 연구하며, 현장답사와 숨은 자료를 발굴하면서 겪은 일들을 수필과 기행문에 담았다.그는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리과대학장, 교육대학원장, 한국언어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명의 어원에 천착했다. 〈전북지방 전래지명의 연구〉는 학술원 어문학 부문 최우수논문, 〈보한집〉(역주, 형설출판사, 1982)은 한국일보의 출판문화상 부문 우수저서로 선정되기도 했다.지난 2006년 봄에는 그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2만여 권에 달하는 도서를 전남대 호남한문학연구실에 기증했다.이런 연구 업적이 5권의 책에 정리됐다. 제1권에 어학과 고전문학, 제2권에 고전문학과 지명, 제3권에 군지, 제4권에 인물약전, 행장, 비문, 제5권에 생애, 수필, 기행, 송백장청, 회고록 등을 수록했다.제1권은 두시언해의 어학적 고찰 외 7편의 어학 논문, 이름 표기의 한 연구 외 6편의 이름물명 논문, 이재 황윤석의 목주잡가에 대한 고찰 외 18편의 고전문학 논문이 실려 있다. 특히 조선 후기 국어학에 공헌한 실학사상(어학)은 이재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다룬 논문이다.제2권은 그가 지명 학자로 자리매김하는 자료로 구성했다. 남행록에 대한 고찰 외 10편의 고전문학 논문, 전북지방 전래지명의 연구 외 16편의 지명 논문, 직방잡기 외 3편의 논설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지명에 관련한 다양한 업적은 전래지명의 연구, 전북전래지명총람과 같은 춘강의 대표 저술로 마무리했다.제3권은 군지 편찬에 관련한 글을 모았다. 지명 연구에서 축적된 춘강의 역량이 군지 편찬까기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익산에 관한 8편의 글, 정읍에 관한 7편의 글, 완주에 관한 3편의 글, 고창에 관한 9편의 글이 실려 있다.제4권에는 다양한 형식으로 인물을 다뤘다. 춘강이 관심을 둔 인물에 대한 약전, 서문해제, 하서, 가장행장, 비문 등을 수록했다. 실학, 유학, 불교 등을 망라하며, 호남의 인물과 문학을 기술했다. 모두 11명에 관한 14편의 잡문이 있다.마지막 권은 춘강의 생애가 연보, 저술목록, 사진으로 기록됐고, 수필과 기행문이 더해졌다. 수필과 기행문은 특히 도내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장답사, 자료조사를 담아 의미를 더했다. 또한 일상의 기록으로 국내 여행과 국외 여행에 대한 글도 덧붙였다. 후반부는 그가 회갑을 맞이해 동료, 친지 등의 글을 모은 송백장청과 타계 뒤 추모의 글로 이뤄진 회고로 이뤄졌다.춘강의 또 다른 업적인 고려 시가문학 역주(파한집, 보한집, 백운소설연구), 초학자를 위한 한적 역주(여범, 삼자경, 사자경, 추구, 몽어, 몽구), 가전문집 역주[초남시집, 덕천시고, 진산세적, 허재집, 월주집(소두산), 월주집(이철우), 동율유취] 등은 이미 단행본으로 출간돼 서문이나 해제만을 이번 문집에 담았다.〈춘강문집〉의 서문을 쓴 강신항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춘강 선생의 문집을 접하고서 조선 실학시대에 호남을 대표했던 여암 신경준(1712 ~1781)과 이재 황윤석(1729~1791)을 떠올리게 되었다면서 한 번 살다가 가는 인생을 아름답게 그리고 후회 없이 충실하게 살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특히 세상의 온갖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꾸준히 학구의 길만을 걷는다는 것은 결코 범인이 할 수 있는 생애는 아니다고 고 유재영 선생을 평했다.그는 이어 이 문집이 관련 학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