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정치문제 예화 빗대어 비판 / 공정함·정의 강조
“공정함과 정의가 국민적 삶의 올바른 가치로 정립되고, 그리하여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뚜벅뚜벅 정도를 걷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대접받는 한국사회를 꿈꾼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62)이 사마천의 〈사기〉에 비춰 우리 사회 전반을 돌아보는 〈사마천 한국견문록〉(까만양)을 펴냈다.
모두 22장에 걸쳐 세월호 선장의 무사유,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 지식인들의 사명 회피, 존경받는 원로가 없는 현실 등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들을 〈사기〉의 각 예화에 빗대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전 처장은 어린 학생들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먼저 구한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행위에서 한(漢) 무제 때 이기적 관리인 왕온서의 사례와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악의 평범성을 들춰낸다.
또한 직언하는 신하와 이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군주의 태도를 높이 받들어 동시대 위정자들에게 제시한다.
“위나라 문후가 신하들에게 ‘나는 어떤 군주인가’라고 묻자, 임좌만(동생에게 새로 얻은 땅을 나눠주지 않았으니) 어질지 못하다고 답했다. 이에 화가 난 문후가 책황에게 물으니 ‘어진 임금’이라고 답했다. 책황은 ‘임금이 어질면 신하가 바르다. 임좌가 한 말이 바르니 전하가 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문후는 기뻐하며 임좌를 상객으로 정중히 대접했다. (중략) 직언하는 신하 없이 성공한 군주는 없다. 그러나 직언하는 신하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군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현실정치적으로 보수 관점에 섰던 이 전 처장은 박정희 정권 당시 독재에 저항했던 시인 김지하의 결기와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 은퇴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또 저자가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 재판 과정에서 그를 만나러 갔던 예화도 눈길을 끈다.
이 전 의원이 저자에게 자신의 동생이 대통령이 될 당시 장남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던 사실을 상기하며 눈물을 떨구던 장면을 소개한 뒤 “장남의 요청대로 직위에서 물러나 초야에서 유유자적했더라면 존경받는 원로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상화의 정상화’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비정상을 바꿀 생각은 않고 자신들의 잣대로 국민의 변화를 요구한다”며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정읍 출신으로 전북대 법대와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무법인 서울의 대표 변호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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