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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영화인 백학기 '가슴에 남아 있는 미처 하지 못한말'] 삶 깨달음 담은 '흰소' 연작 눈길

문단 데뷔 35년 / 200여편 시 묶어 / 논픽션 수상작도

문학과 영화를 삶의 기둥으로 삼은 시인이자 영화인, 백학기 씨(57)가 시전집을 냈다.

 

자신의 시집 3권을 한 데 묶은 시전집 <가슴에 남아 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 (도서출판 더클)은 그가 문단 데뷔 35년, 첫 시집을 낸 지 30년만이다.

 

지난 1985년에 낸 첫 시집 <나는 조국으로 가야겠다> (문학과 지성사), 두 번째 시집 <나무들은 국경의 말뚝을 꿈꾼다> (1990년, 청하), 세 번째 시집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2002, 새로운 눈)에 실린 200여편의 시를 묶었다. 여기에 ‘이후’라는 제목으로 불교에서 본성을 찾는 과정을 우화로 그린 심우도(尋牛圖)를 소재로 한 연작시 ‘흰소’10편과 부록으로 <신동아> 논픽션 수상작 ‘내 가슴에 남아있는 천하의 박봉우’를 보탰다.

 

이번 시전집은 그가 세월에 따라 얻은 인생의 깨달음과 관조에 의해 추동됐다. “누구나 가슴에 남아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이 있기 마련이다”고 밝힌 것과 함께 심우도에 심취한 태도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문학과 영화에 대한 열병을 겪던 20대 중반에 펴낸 <나는 조국으로 가야겠다> 는 분단된 한반도의 슬픔을 깊은 역사 의식으로 풀어낸 서정시로 구성했다.

 

두 번째 시집 <나무들은 국경의 말뚝은 꿈꾼다> 는 사랑과 상실의 아픔을 나타냈다.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는 삶과 죽음의 이미지를 사물에 비유한 허무의 세계를 그렸다.

 

이번 시전집에 수록한 ‘흰소’ 연작은 그가 삶의 존재론적 상황을 심우도에 비유해 시적 이미지로 구현한 시다. 시전집을 펴내겠다고 다짐한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썼다.

 

‘흰소 9’의 경우 심우도의 9번째 그림인 반본환원(返本還源)에 대한 해석을 담았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참된 지혜를 뜻하는 반본환원은 흔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로 압축한다. 백 시인은 이를 차용해 삶의 근원적 표상을 조망하듯 나타냈다는 해석이다.

 

‘산은 산이다//백년여관도 보였다/시냇가에 심은 교회도 보였고/고려수산도 지척이다//가까이/호남탕 굴뚝도 보였다// 인근 초등학교 교정에서/뛰노는 아이들 소리가/삼천대천세계를 울린다//한때는 처녀였고/한때는 어머니였던/연지암 비구니 스님이/절마당에 물을 뿌리고 있다//물은 물이다’

그는 “심우도를 젊은 날부터 보고 알았지만, 깨우침이 온 것은 지난 봄날 고향의 자주 가는 암자에서였다”며 “결국 종교란 우리 삶이 궁극적인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길잡이다”고 전했다.

 

저자는 고창 출신으로 전주고와 원광대를 나왔다. 지난 1981년 <현대문학> 2월호에 ‘삼류극장에서 닥터지바고를’로 추천완료되고, 같은 해 <한국문학> 5월호에 ‘가난의 삼단논법’이 신인상에 당선됐다. 이후 교사로 근무하다 전라일보, KBS홍보실을 거쳐 소설가로 활동했다. 지난 2000년 불혹을 넘겨 영화계에 입성했다. 고(故) 박철수 감독의 조감독 생활을 하면서 영화 배우로 활동했으며, 중국에서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배우와 감독을 병행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에서 객원 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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