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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기만에서 깨어나라

루쉰 '아Q정전'…이은송 시인 서평

 

세계문학의 걸작, 중국 루쉰의 '아Q정전'(창비). '아Q정전'에서 주인공 아큐를 만나고 정신이 번뜩 났던 기억은 나를 늘 새롭게 한다. 사람의 무지성과 착각의 측면을 여지없이 한방에 잘 표현해 주었기 때문이다. 작가 루쉰이 중국을 대변해서 작품을 통해 아큐라는 인물을 내세웠다는데, 어쩌면 오늘 날의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엽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살다간 중국의 지성인 루쉰, 그는 암흑의 구름에 가려진 중국이라는 자국을 아큐라는 인물을 내세워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봉건사회에 대한 도전과 함께 중국사회의 이정표역할을 아주 적절하게 했다.

 

'아Q정전'은 중국의 신해혁명 시기의 농촌생활을 소재로 '아Q'라는 품팔이꾼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표사했는데, 이것이 중국 국민의 나쁜 근성을 빗대어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역사적 측면을 빼어놓더라도 아큐는 인물로서 우리에게 어떤 각성을 요구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인물로서 아큐는 무지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늘 자신을 합리화하기에 바쁘고, 착각하기에 바쁜 인물로 정신 승리법의 대가였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왜 죽어가는 지도 모르는 자기 합리화와 자기 착각을 위해서 늘 최고의 생각을 만들어 내는 주인공 '아Q', 여기에서 나는 피비린내 나는 자기 성찰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달았다. 비겁한 '아Q'는 상대를 비교해 보아 약한 사람에게는 우쭐대고 깔보지만, 자신 또한 희롱당해도 정신승리법으로 자신을 무장하기 때문이다. 작가 루쉰은 깨닫지 못하는 대중을 치료하고자 했다지만 이것은 오늘날 우리의 심리적 이기심과도 밀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자에게 아첨하고 스스로의 책임을 남에게 미루고 환성에 젖어 있는 자신의 민족에 대한 루쉼의 힐책.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이같은 힐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고전이란 시대와 상관없이 이 시대를 또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아Q'의 처형장면은 수많은 심층적 파장과 함께 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죽음에 가는 순간까지 내가 왜 죽는 지도 모르는 '아Q'는 어찌 보면 이 시대의 구조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쩌면 문명에서의 상대적 소외감은 그렇게 밖에 자신을 위로 할 수 없는 아큐라는 인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의 중국의 역사는 서양제국의 침략으로 반삭민지로 급락하는 역사를 안고 일어서야 했다. 그러나 루쉰에게 보이는 중국은 고통스럽게 그 자체로서 봉건사회의 유고적인 폐습이었다. 중국의 유교적 폐단으로 국민성의 후진성이 중국을 더욱 절망으로 내모는 원인으로 보였던 것이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정신을 개선하기 위한 몸부림은 1919년 문화혁명으로 들어 났지만 이러한 암흑의 시대에 내세운 아큐라는 인물은 오늘 날에도 여지없이 우리와 관련이 깊다는 것에 나는 주목한다.

 

가끔 눈을 뜨면 아큐가 떠오른다. 루쉰보다도 주인공 아큐가 떠오르는 것은 내 자신이 또 다른 내 자신에게 비판의 비수를 꺼냄을 시작하는 것이다. 과히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가 아니더라도 아큐처럼 자기만의 정신 승리법으로 죽음이 이르기까지 자신을 모르고 죽는 '아Q'를 통해 나 자신을 얼마나 바르게 알고 죽을 수 있는 것인지 자문한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 내 삶은 조금 암담하고, 그렇지만 또 다른 희망으로 시작할 수 있다. 무지는 자기기만과 함께 선행되기 때문에, 끔찍한 자기기만으로부터 깨어나야 하는 절박함은 또다시 뜨겁게 가슴에서 치밀어 오른다. 또한 이것이 희망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은송 시인은 인문 고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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