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게요." "네. 또 오세요."
10일 낮 12시 18분, 다방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들여다보던 손님이 나가며 건넨 인사말이다. 다음을 기약하는 작별인사에 주인 또한 기꺼이 응해준다.
하지만 언제까지 후일을 약속하는 인사말이 이곳에서 오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방인 '삼양다방'이 61년의 장구한 역사를 뒤로하고 이달 말 문을 닫는다. 지난 1952년 전주시 경원동(홍지서림 옆)에 문을 연 삼양다방은 지역 문인·화가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후 4시만 돼도 손님이 뚝 끊긴다고 한다.
삼양다방 주인 이춘자씨(63)는 다방이 세들어 있는 건물(4층) 주인이 지난해 건물을 내놓을 때부터 오늘을 예감했다. 이씨는 지난달 초 새로운 건물 주인으로부터 다방을 빼달라는 말을 들었다.
이씨는 이달부터 다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폐업소식을 알리고 있다. '다방이 사양길로 들어선 지는 오래됐다'는 이씨는 "주인이 바뀌는 것보다 옛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인 다방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이런 삼양다방을 살리기 위한 모금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모금의 주체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왈츠와 닥터만 커피 박물관'(관장 박종만). 이 박물관 관계자는 모금액 전액을 들고 지난 1월 삼양다방을 찾았다. 이씨는 모금액을 받을 수 없었다. 곧 사라질 삼양다방의 운명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찾는 전화벨이 수도 없이 울렸을 전화기, 1988년에 발행된 영업 신고증, 그리고 요금표만이 삼양다방의 세월을 지키고 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쯤 삼양다방을 추억하는 또 다른 단골손님이 들어왔다. 인사는 필요 없었다. 삼양다방의 문이 닫히는 걸 이 손님도 알고 있을까. 그는 그저 "맛있는 거 하나 줘요"라고 말할 뿐이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