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온몸으로 즐겼다. 물론 연주자로 초대받지 못한 것은 안타까웠지만 관객이 되어 온전히 축제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아름다운 음악으로 가득한 전주는 행복이 가득한 도시였고 나는 기쁨으로 가득찬 전주소리시민이었다.
3일간 보았던 모든 공연이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淸 ALIVE(청 얼라이브)’는 개막작으로 제격이었다. 시·공간적 한계 때문에 한 판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공연이 적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여러 공연을 감상했다. 모두 최선을 다해 연주했고 나 또한 그에 대해 추임새와 박수로 보답했다.
‘축제의 성패는 날씨에 달려있다’싶을 정도로 멋진 날씨였다. 일교차가 커서 힘들기도 했지만 아름다웠던 가을 날씨였다. 관객의 매너도 훌륭했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야외 무료 공연임에도 공연에 몰입해 무대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 덕에 나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고 아티스트들은 온 얼굴에 웃음과 땀이 가득한 채로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으뜸 축제에 으뜸 소리객들이었다.
소리축제와는 살짝 거리를 두고 있지만 개관 행사를 치르는 국립무형유산원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축제의 공연이 없는 아침 나절에 국립무형유산원을 둘러보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게 됐다. ‘소리축제와 프로그램을 공유하면 어떨까’라고 생각 했지만 관객의 이동거리가 늘어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문화 전반에서 소리축제의 위상은 대단히 높고 중요하다. 당연히 준비하는 관계자나 소리축제를 아끼는 사람의 여러 의견이 있다. 소리축제조직위 측의 마무리 모임이 있다면 꼭 그 모임을 방청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그 모임에 젊은 기획자와 아티스트와 많은 시민이 참여하길 바란다. 소리축제가 걸어온 그 모든 발걸음이 어떤 형태로든 잘 정리되고 기록되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더욱더 멋있을 2015 전주세계소리축제에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완전한 전통의 복식은 아니었지만 검정색 두루마기를 입고 한옥마을이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다녀봤다. 많은 이들이 정성껏 마련한 공연이니 잘 차려 입는 것이 예의라 생각했고 또 한옥에서 벌어지는 판도 많으니 이왕이면 우리 옷을 입어보자고 생각했다. 한편으론 한복을 입는 단순한 행위가 얼마나 비일상적인지를 역설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마음 한켠이 씁쓸했고 반성도 했다.
그동안 우리의 우수한 전통을 소개한다며 외국에서 많은 공연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단순히 음악만 들려준다고 그 감흥이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주를 포함한 문화전반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 ‘음악’인데 배경지식과 이해가 없는 상태라면 관객의 입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 난감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타깝지만 국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가 그저 관광 상품으로서만 소비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 국민도 바다 건너 온 사람과 매한가지로 관광객의 입장에서 전통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우리들의 삶에 과연 어느 정도나 전통적인 것이 있는지 잠시 돌아봤으면 한다. 전통음악가인 나의 생활을 돌아보지만 전통적인 것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무엇이 한국적인지도 참 찾아내기 어려웠다. 이러한 현실에서 전통의 현대화를 외치고 세계화를 논하는 이 모순된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반드시 풀어내고 뛰어 넘어야 하는 숙제이자 장애물이다. 〈끝〉
※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 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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