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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명창 발굴하는 '젊은 판소리 다섯바탕'

공력 뒷받침 돼야 공연 가능 / 여성 소리꾼 중심 변화 반영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중심인 판소리 관련 프로그램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나라 판소리를 대표할 만한 중견 소리꾼이 출연하는 ‘판소리 다섯 바탕’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래를 짊어질 젊은 소리꾼들이 출연하는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이다.

 

‘판소리 다섯 바탕’에 출연하는 소리꾼은 장문희를 제외하면 다 1960년대 출생인 반면에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에 출연하는 소리꾼은 유태평양을 제외하면 다 1980년대 출생이다. 1960년대 출생 소리꾼들이 판소리에 아무런 희망도 없던 시대에 스스로를 불태워 길을 찾아온 소리꾼들이라면, 1980년대 소리꾼들은 88올림픽과 영화 〈서편제〉(1993)의 성공으로 크게 일어난 판소리 붐을 타고 어려서부터 판소리를 시작했다.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에 출연자는 상대적으로 풍요 속에서 자란 세대다. 경제적으로나 판소리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조기 교육을 받으며 순탄하게 소리 공부를 해온 세대다. 그러기 때문에 젊은 소리꾼은 기본 바탕이 탄탄하다. 어려서부터 기초를 잘 닦아왔기 때문이다.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 출연자들은 소리축제 조직위가 발굴한 소리꾼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아직 명창으로서 입지를 완전히 다지지는 못했기 때문에 ‘판소리 다섯 바탕’에 출연하는 소리꾼처럼 대부분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의 소리를 접할 기회조차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골라냈으니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이다. 소리축제가 장래 판소리를 책임질 신인을 발굴·소개할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그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연은 전주 전통문화관 혼례마당에서 펼쳐진다. 실내가 아니라 야외라서 공연 조건이 좋은 것은 아니다. 공연 시간은 90분 내외로 충분히 공력을 쌓지 못한 소리꾼들이 감당할 수 있게 하였다.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은 9일 오후 2시 이소연 씨의 ‘적벽가’로 막을 연다. 이 씨는 현재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날 부를 ‘적벽가’는 송순섭으로부터 물려받은 박봉술 바디로 가장 핵심이 되는 대목인 군사설움타령부터 새타령까지를 부를 예정이다. 이날 오후 6시 유태평양 씨가 ‘심청가’를 부른다. 유 씨는 지난 1998년 최연소 최장 시간 ‘흥보가’ 완창 기록을 가진 소리꾼이다. 올해는 전주 소리문화관에서 매주 토요일에 펼쳐지는 마당 창극 ‘아나, 옜다 배 갈라라’에서 맹활약 중이다.

 

10일 오후 6시에는 한나리 씨가 ‘수궁가’를 부른다. 한 씨는 전남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국립민속국악원 준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1일 오후 6시에는 조희정 씨가 ‘춘향가’ 중에서 이별가부터 신관사또 부임하는 대목까지를 부른다. 조 씨는 조소녀 명창의 딸로 현재 전주예고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한 바 있다.

 

12일 오후 2시시에는 이나래 씨가 ‘흥보가’를 부른다. 이 씨는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정가악회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 출연자 가운데 남자는 한 명뿐이다. 남성 소리꾼이 원래 적기도 하고, 남자는 아무래도 좋은 목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떻든 판소리가 점점 여성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본래 판소리는 남자가 불렀다. 그래서 판소리는 남성 중심의 미학으로 구성돼 있다. 이제 남자들이 점점 줄어 판소리계를 여성이 주름잡다시피 하고 있어 판소리의 미학도 여성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현장이 바로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이다.

 

한편 소리꾼의 나이가 젊다고 해서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깜짝 놀랄 만한 소리 실력을 갖춘 이들이 우리나라 판소리의 미래를 자신 있게 펼쳐보여줄 것이다.

▲ 최동현 군산대 교수, 소리축제조직위부위원장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 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 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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