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지역간 문화적 거리 좁히고 이어줘 / 소리축제 참여해 '얼씨구 좋다' 외쳐보라
지난 9월12~14일, 서울의 도심 한복판 북촌 일대에서 제3회 북촌뮤직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전야제를 포함해 사흘 동안 눈부신 가을 하늘을 가릴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는 40여아티스트가 참가한 공연이었다. 물론 관객의 성원도 대단했다.
북촌뮤직페스티벌은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후원하고 있는 (재)수림문화재단에서 주최하고 있는 민간페스티벌이다. 수림문화재단은 소리축제의 소리프론티어 경연에 참가한 단체 중 한 팀을 선발해 수림문화상을 수여하는데 수상자들의 창작활동과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등 젊은 아티스트들의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재단의 페스티벌 지원 사업은 결국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위한 직·간접적인 후원임과 동시에 그들이 보다 많은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 입장에서는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활발한 문화 활동으로 인해 확대 재생산되는 밑거름으로 작용하니 그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2013년에 이어 2회째 예술감독으로 북촌뮤직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입장에서 볼 때 북촌뮤직페스티벌은 전통예술이 어떻게 오늘의 문화로 거듭나는지 실험하고 확인하는 마당이다. 페스티벌 참가 전부터 나는 북촌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북촌지역에 살았고 직장생활을 했고 평소 자주 나들이를 다니며 나름 지역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북촌지역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심장부에 있는 상징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600년의 역사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고 오랜 유적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화의 이름을 빙자한 파괴적 도시개발을 피해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는 한옥들과 골목길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세련된 주민의식을 바탕으로 첨단에 서서 유행을 창조하고 이끌어내는 곳. 바로 북촌만이 지닐 수 있는 특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페스티벌을 기획하고자 했다.
일단 민가가 밀집한 지역인 만큼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하고 가족단위의 관객이 많은 만큼 각종 안전 부주의 사고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북촌을 이미 멋들어지게 가꾼 주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프로그램을 짜며 최대한 반영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빽빽하게 들어선 집들, 좁은 통행로로 어깨가 맞닿을 수밖에 없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닐 수밖에 없는 지역의 특성에 주목해 2013년에는 ‘밀(密)’을 콘셉트로 삼았다. 담장 너머로 은근히 들려오는 소리로 요란하지 않게 북촌을 음악과 예술향으로 채워보고자 했다. 2014년은 ‘고리’를 주제로 전통과 현대, 세대간, 지역간 문화적 거리를 좁히고 서로를 이어주는데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북촌지역에 한옥이 많으니 전통음악으로 한 상 거하게 차려보자는 식의 접근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앞서 말했듯이 이미 충분히 멋으로 가득한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자연스럽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공간에 녹아드는 축제로 만들고자 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축제 참가자를 공모하게 됐고 그것이 성공적인 축제를 만드는데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속적이고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여전히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왜 북촌에서 뮤직페스티벌을 해야 하는가?’ 스스로에게 던진 이 단순한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은 쉽지 않고 지금도 찾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왜 북촌에서 국악도 아니고 ‘뮤직’페스티벌을 해야 하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생각처럼 쉽고 간단하지 않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지나가는 부모에게 혹은 외국인에게 ‘저게 한국의 전통문화야~’라는 식의 설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럼 오늘의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까?’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렇게 박물관의 전시품 보듯 제3자의 위치에 서있는 전통이라면 그것은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안에서 전통과 하나가 될 때 진정한 가치를 갖게 되고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북촌뮤직페스티벌을 준비하며 사실 오늘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고자 했다. 어쩌면 전통음악은 ‘우리음악’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한국음악의 오늘을 보여주고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음악축제다. 매해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중이다. 음악애호가로서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한 관객의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기대한다.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축제에 참여하길 부탁한다. 전통 안으로 뛰어들어 ‘얼씨구, 좋다’를 메겨야 우리소리가 완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남지 않은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나도 가서 즐기려고 한다. 아마도 다음 주에는 전주 어딘가에서 열심히 추임새를 넣고 있을 것이다.
※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 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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