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전 도내 출신 문학인의 작품을 집대성한 총서가 발간됐다. 도내 문학사를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는 문학평론가 최명표 씨의 손을 거쳐서다. 도내 대표 출판사인 신아출판사와 꾸준히 ‘지역문학자료총서’를 내는 그가 이번에는 <전북근대문학자료> 를 선보인다. 전북근대문학자료>
〈전북근대문학자료〉는 우선 그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6권 분량으로 각 권도 600쪽에 이르며, 전체는 200자 원고지로 1만4000장이 넘는다.
이 책은 조선 말 개화기부터 해방 전까지 발표된 문학 작품을 모았다. 도내 출신 437명의 작가들이 발표한 개화가사 3편, 시·시조 235편, 소설 12편, 동요·동시 256편, 동화 32편, 동극 2편, 평론 92편, 수필 144, 전설 15편, 기타 387편 등 모두 1178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수 년간 수집한 자료의 일부를 내보인 최 문학평론가는 이번 책에서 기존에 통용되던 문학의 범주를 확대했다. 을사늑약 이후 일어났던 애국계몽운동기에 민중을 대상으로 활동했던 도내 문인을 다뤘다. 도내 인사가 주축을 이뤘던 잡지 〈호남학보〉에 실렸던 작품을 상당 부분 넣었다.
특히 김제 출신 실학자 이기의 글쓰기에 주목했다. 이기는 〈호남학회〉의 편집 겸 발행인이었다. 최 문학평론가는 그의 글쓰기가 도내 고전문학사와 근대문학사를 잇는 교량 역할을 수행했다고 풀이했다.
이와 함께 이 책에는 전주 기미독립만세운동의 주역이었던 부안 출신 신일용, 변호사로 알려졌던 전주의 정우상, 김제의 청년운동가 박두언의 작품도 있다.
군산의 고무공장에 취직했던 시인 김광균의 시, 카프 비평가 장준석의 평문, 옥구 출신 소설가 이근영의 동요, 서정주의 고향 친구로 동인 활동을 한 부안 출신 조남철과 한국기원을 창설한 이성범의 시도 실려 있다. 전주 출신의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1930년대 여성해방문학을 주창했던 임순득, 교조적 비평가에서 친일기업가로 변신한 옥구 출신 문원태, 전남 고흥 출신으로 신흥학교에 유학했고 동요 ‘자전거’로 유명한 목일신 등의 작품은 도내 문학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구성된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더불어 이 자료집은 국어학자간 알력도 소개했다. 주시경 계열의 조선어학회와 박승빈 측의 조선어학연구회간 갈등 속에서 이에 가입한 도내 국어학자의 글도 게재했다. 한글파에 이병기·정인승·권승욱·김선기, 정음파에 임규·백남규·양상은 등이다. 저자는 이들의 주장을 통해 학문 연구에 논쟁이 필요한 까닭을 밝히며, 현행 한글맞춤법통일안의 문제점도 파헤친다.
또한 작가들이 창씨개명한 사례도 담았다. 도내가 다른 지역보다 창씨율이 낮아 도지사가 경질된 일화도 곁들였다.
계간 〈문예연구〉 편집위원인 저자는 “우리나라에 근대문학이 시작된 지 100년이 넘었어도 아직까지 제대로 쓴 문학사가 없다”며 “현재 유통되는 한국근대문학사들은 각 지역의 문학사적 사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서울에서 활동한 유명작가를 중심으로 서술돼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 사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전북은 ‘정읍사’나 ‘상춘곡’ 등 문학적 유산이 풍부하고 그것을 자랑하면서도 자료를 수습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다”며 “문학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거나 보존하려는 움직임을 촉구하기 위해서 연구한다”고 엮은 이의 변을 전했다.
그는 이에 앞서 〈전북지역시문학연구〉, 〈전북지역아동문학연구〉 등의 저서에서 도내 출신 작가들을 조명하는 한편 〈문예연구〉에 도내 출신 작가의 작품을 발굴·소개해 왔다.
김창술의 전기와 사진자료, ‘천도교회월보’에 발표된 김해강의 최초 발표작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전북대 총장을 지낸 철학자 고형곤이 일제시대에 응모한 소설 당선작과 수필 등을 세상에 알렸다.
그는 개인적 연구와 함께 각 지의 문학 연구자들을 이어 한국지역문학회를 만들어 지역문학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역작가총서’로 〈이익상문학전집〉, 〈유엽문학전집〉, 〈김창술시전집〉 등을 펴냈다. 앞으로도 소장한 문학자료를 연작으로 만들 계획이다.
〈전북근대문학자료〉의 출판을 맡은 신아출판사 서정환 대표는 “도내 문학자료의 정리에 참여한다는 출판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출간을 단행하게 된됐다”며 “앞으로도 최 편집위원과 지역 문학 자료를 정립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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