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명문장가였던 이규보(1168~1241)는 전북과 인연이 깊다. 무신정권 시기 최충헌에게 청해 구한 벼슬이 부안에 있던 재목창(材木倉)의 벌목책임자였다. 이후에는 부안 위도에서 유배생활도 했다. 그는 전주부 소속으로 근무할 때 도내를 여행하며 <남행월일기> 를 남겼고 오수, 인월 등을 소재로 한 60여수의 자연경물 한시가 <동국이상국집> 과 <백운소설> 등에 실려 전해오고 있다. 백운소설> 동국이상국집> 남행월일기>
도내를 배경으로 한 고전은 고려 이전 백제 때 ‘정읍사’를 위시로 ‘지리산가’, ‘선운산가’, ‘방등산가’ 등 백제가요와 향가 ‘서동요’등이 있다.
가사로는 정극인(1401~1481)의 ‘상춘곡’이 정읍 칠보 동진강가에서 창작됐다. 이는 송순(1493~1583), 정철(1536~1593) 등으로 이어졌다. 임실군 지사면에 불고정(不孤亭)을 짓고 ‘가사 10장’이라는 제하에 강호한정을 노래한 장복겸(1617~1703)의 연시조 ‘고산별곡’, 삼례역승으로 좌천됐으나 임금을 그리며 지은 장현경(1730- 1806)의 ‘사미인가’, 마이산을 배경으로 지은 이도복(1862~1938)의 ‘이산구곡가’ 등을 들 수 있다. 완주군 봉동면의 규방가사 ‘홍규권장가’, ‘상사별곡’과 고창군 대산면의 ‘치산가’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도내에서 창작된 고전은 운문뿐 아니라 산문에서도 국문학의 원류를 찾을 수 있다. 김시습(1435~1493)의 <만복사저포기> 는 남원이 공간적 배경이다. <홍길동전> 은 허균(1569~1618)이 부안 우반동 정사암에서 집필했으며, 소설 속의 율도국은 위도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남원의 사대부인 조위한(1567~1649)의 <최척전> 을 비롯해 <춘향전> , <흥부전> , <콩쥐팥쥐전> 등의 고향인 전북은 산문문학과 판소리 문학의 본원으로 꼽힌다. 콩쥐팥쥐전> 흥부전> 춘향전> 최척전> 홍길동전> 만복사저포기>
백제부터 조선 말까지 지어진 고전문학의 원류를 살핀 <전라 문학의 관점으로 본 한국 문학> (박문사)가 출간됐다. 전라>
이 책은 저자인 전일환 전주대 명예교수(한국어문학과)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본보에 연재했던 ‘한국문학의 원천, 전북문학의 미학’의 글을 모으고 더했다. 연재 당시 지면에 실린 삽화도 함께 수록했다.
저자는 현전하는 백제가요, 도내를 배경으로 한 고려의 문장, 조선시대 강호를 노래한 문학, 규방여인의 작품, 조선의 새 소리였던 판소리와 가람의 시조, 조선의 서민 문학인 몽유록계와 판소리계 소설을 다뤘다.
작품은 한글을 기본으로 한자를 병기했으며, 현대어 중심으로 해설했다. 아울러 당시의 시대상이나 창작 배경, 민속학적·국문학적 가치도 상세히 적었다.
주로 도내를 소재로 하거나 지역 인물의 작품을 중심으로 했고, 일부 전남까지 범위를 넓혔다.
저자는 “가람 이병기 선생이 최초로 국문학을 시가와 산문 두 종류로 나눴는데 책으로 엮고 보니 이 두 가지 모두 도내에서 발생한 것이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세태와 견주어 정부를 비판하고 애국했던 선비를 조망했다.
그는 “유교를 바탕으로 한 선비 정신과 사상, 철학이 담긴 작품이 주로 도내에서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전 명예교수는 “깨어있는 사대부는 나라가 어려울 때는 의병에 나가고, 왕이라도 잘못할 때는 이를 지적했다”며 “본분에 충실한 사대부를 발견한 것은 가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백성의 삶을 개선하고 부강한 나라를 위해 <훈민정음운해> , <시칙(詩則)> , <산수경(山水經)> 등을 지은 순창 출신의 신경준(1712~1781), 왕과 지배계층의 무능이 왜란을 불렀고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했다는 ‘유민탄(流民嘆)’을 쓴 조위한, 환곡제도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탐관오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구폐소(救幣疏)’를 왕에게 올린 임실 출신의 장복겸(1617~1703) 등의 기개를 높이 샀다. 산수경(山水經)> 시칙(詩則)> 훈민정음운해>
저자는 “국익과 백성을 먼저 생각한 식자층과 돈만 쫓는 요즘의 지도부를 비교하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규방 문학을 높이 평가하며 고전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당시 남성에 비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여성이 남긴 규방 가사는 오늘날 한국의 문화적 토대를 이룬다”며 “고전은 음미할수록 맛과 멋이 우러나는 보옥(寶玉)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의 작품을 인용하기에 앞서 우리 선조의 뛰어난 문학성과 표현력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일환 명예교수는 장수 출신으로 지난 1993년 <한국수필> 에 ‘그 말 한마디’로 등단했다. 현재 국어문학회, 한국언어문학회 평의원과 고시가연구회, 한국가사문학 학술 진흥회 이사, 석정문학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는 <조선가사문학론> (1990)를 필두로 <우리 옛 가사문학의 이해> (2008), <옛시 옛노래의 이해> (2008), <옛 수필문학 산책> (2010)을 비롯해 수필집 <그 말 한마디> (2008), <예전엔 정말 왜 몰랐을까> (2010) 등이 있다. 예전엔> 그> 옛> 옛시> 우리> 조선가사문학론> 한국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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