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문명이 발달됨에 따라 물질을 사용하여야 할 사람의 정신은 점점 쇠약하고, 사람이 사용하여야 할 물질의 세력은 날로 융성하여, 쇠약한 그 정신을 항복 받아 물질의 지배를 받게 하므로, 모든 사람이 도리어 저 물질의 노예 생활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 생활에 어찌 파란고해(波瀾苦海)가 없으리요. 그러므로,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정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물질의 세력을 항복 받아, 파란고해의 일체 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樂園)으로 인도하려 함이 그 동기니라.”
원불교는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깨달음(大覺)으로 개교된 종교다.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 1891~1943) 대종사(大宗師)는 1891년 5월 5일 전남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 영촌마을에서 태어났다. 소태산은 어렸을 때부터 우주와 대자연, 인간사회의 모든 현상에 대해 의심을 품고 구도생활을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던 암울한 시대이기도 했다. 20여 년 동안 구도하던 소태산은 1916년 4월 28일 큰 깨달음(大覺)을 얻었다. 원불교는 이때를 개교 원년으로 삼는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기치도 그가 내세운 것이다.
소태산이 깨달음을 얻은 시기는 나라 안으로는 왕권수호를 표방하는 보수세력과 봉건적 차별주의를 혁파하려는 진보세력이 갈등했으며, 밖으로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는 등 강대국들의 표적이 되는 혼란기였다. 따라서 소태산은 시대의 암울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세계를 맞이하려는 준비를 하려했다. 특히 물질의 풍요가 가져다줄 인간성 소외현상을 인문학적인 사고로 극복할 것을 당부했다.
소태산은 깨달음 후 40여 신자를 얻었다. 이들 중 이재철·이순순·김기천·오창건·박세철·박동국·유건·김광선 등 8명을 표준제자로 삼고, 이들과 함께 1917년 저축조합을 결성했다.
저축조합은 허례폐지와 미신타파·근검저축·공동출역 등의 새생활운동을 전개했는데, 이 운동은 자립의 목적만 가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의식과 생활개혁을 가르치는 정신교육까지 해냈다. 이어 갯벌을 막아 농토를 만드는 방언공사를 전개했다. 이를 통해 8만2600여㎡의 농토를 일궜다. 저축조합과 방언공사 등은 생활과 정신이 모두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두 사업은 원불교 교단확립의 경제적 토대가 되었다.
원불교 교리는 불법(佛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소태산은 여러 종교의 경전을 섭렵한 후 모든 성현들이 깨달은 진리는 본래 하나인데, 표현과 진리에 이르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불법의 진리가 가장 크고 원만해 이를 바탕으로 완전무결한 큰 종교를 이룰 것을 밝혔다.
소태산이 지향한 종교는 생활 속에서 신앙과 수행이 가능한 것으로, 시대화·생활화·대중화한 것으로 원불교의 상징인 일원상(○)에 이러한 의미가 담겨있다.
● ['일원'(一圓)의 진리란] 인간 본성의 절대·무한성
‘일원(一圓)’의 진리는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1916년 대각(大覺)을 이룬 후 자신이 깨친 바를 상징화해 표현한 원불교 교리의 핵심이다. 소태산은 인간과 우주의 근원, 마음과 현상의 관계, 자연의 이치와 이러한 요소들이 운용되어가는 원리를 ‘하나’의 ‘일(一)’과 텅 빈 허공인 ‘원(圓)’으로 형상화했고 그 내용을 원불교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으로 삼았다.
일원은 ‘우주만유의 본원’을 의미한다. 일원은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 일체의 상대와 분별을 초월하고 모든 경계를 넘어선 ‘절대성’과 ‘무한성’을 가지고 있다. 일원은 ‘제불제성의 심인’이자 ‘일체중생의 본성’이기도 하다. 일원은 세상의 모든 선각자와 성인들이 자신들의 본성을 깨달은 바가 드러난 순간의 형상이기도 하고, 모든 중생들이 본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마음자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의 본래 마음을 상징하는 일원의 진리는 본래 크고 작음, 있고 없음의 일체의 상태를 초월한 ‘절대’이며, 어떤 한계나 경계도 없는 ‘무한’이고 생과 사를 여읜 ‘불생불멸’로서, 일원이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게 되는 ‘대소유무의 분별’과 ‘선악 업보의 차별’로 나타내어지는 현상세계의 바탕이자 원리를 의미한다.
일원은 ‘공적영지(空寂靈知)’의 광명 즉, 텅 빈 허공(우리 자신의 마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지혜에 따라 색색이 다른 형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빛으로 대상을 비추는 구슬같이 선명하게 분별과 변화로 드러내어지는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조화를 이름한 것이다.
과학, 철학 그리고 종교의 역사에서 ‘인간과 우주의 근원’을 탐구해 온 인간 사유 전개의 역사에서 두 축을 형성해온 것이 ‘유신론(有神論)’과 ‘유물론(唯物論)’이다. 소태산은 ‘근원’을 인간 밖의 ‘초재적(超在的)’ 존재인 ‘신(神)’이나 인간과 독립해서 존재하는 물질에서 찾지 않는다. ‘신(神)’의 자리에 인간 마음의 ‘절대성’, ‘무한성’, ‘불멸성’을 대치시킨 것이 ‘일원’의 진리이며, 인간이 이를 체득해서 신과 같은 ‘성인(聖人)’이 될 것을 요청하는 것이 원불교 신앙과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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