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전반부가 끝났다. 초선들은 일 욕심이 많지만 예산 확보를 못해 성과를 못내고 연임에 성공한 일부 단체장은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예산을 배분할 때 주로 자신을 지지했는지 그 여부를 갖고 잣대로 삼아 주민들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일부 시군에서는 단체장을 포함 직원들까지 비리에 연루돼 아직도 공직사회의 정화가 멀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시장 군수들이 재선을 노리려고 인기에 영합하거나 전시행정 그리고 주민들의 손이나 잡아주는 스킨십에 노골적으로 치중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관료 출신인 송하진 지사는 전임 지사가 추진했던 사항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무리수를 두지 않고 도정을 운영해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다. 연구개발 특구 지정을 비롯 탄소산업육성법 제정, 2017년 무주에서 세계태권도대회 유치 등 성과를 올렸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송지사는 김완주 전지사가 연임하면서 정치색 짙게 이끌었던 도정을 보이지 않게 탈색시켜 바로 잡았다는 평가를 얻었다. 반면 김 전지사가 보이지 않게 도정에 부담을 준 것은 새만금에서 MB가 대선후보가 돼 출정식을 할 때 김 전지사가 새만금특볍법이 제정 안된 것은 한나라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몰아 부친게 괘씸죄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 전지사가 MB 한테 사은숙배 형식의 편지를 쓸 수 밖에 없었던 것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결국 그 같은 연장선상에서 바로 도가 요청해서 삼성과 새만금 MOU를 체결했다. 송지사는 전임지사와 달리 진정성을 갖고 도정을 이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갈등조정 능력이 부족, 전주시와 원만한 관계를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동영 국회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과 어떻게 협치(協治)를 이뤄 나갈지도 미지수다. 자칫 갈등을 유발시킬 잠재적 요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단체장들이 가장 애를 먹는 게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국가예산 확보였다. 우리같이 정치적으로 꽉 막혀 있는 지역에서 중앙정부를 설득해서 국가예산을 확보하는 건 어렵다. 초선 단체장은 경험과 인적네트워크가 부족해 힘들다. 지역서는 시장 군수가 최고지만 중앙 무대로 나가면 그야말로 허허벌판이나 다름 없다. 보수정권하에서 중앙부처는 진입장벽이 높다. 관료주의가 짙게 배어 단체장이라고 한들 탐탁스럽게 여기지도 않는다. 임기내내 인내심을 갖고 중앙 부처를 바쁘게 찾아다녀야 겨우 사람 사귀고 질속을 파악할 정도다.
국가예산 확보하는데는 관료 출신 단체장이 낫다. 현직 때 쌓은 인맥과 예산 확보에 대한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어 그래도 예산 확보가 용이하다.
초선이지만 행정부지사까지 역임한 박성일 완주군수가 현직 때 맺어 놓은 인적네트워크를 잘살려 교부세 등 예산을 잘 확보해 내고 있다. 행정전문가인 박군수는 비교적 주민들의 뜻을 잘 따르면서 소신껏 잘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임 군수가 정치군수였다면 박군수는 행정가답게 차분하게 흔들리지 않고 일처리를 한다. 생활권이 같은 전주시와 동반상생의 길만 잘 모색하면 롱런 할 가능성이 높다. 무소속으로 3연임에 성공해 그간 시정을 잘 이끌었던 이건식 김제시장이 업무상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옥에 티가 됐다. 정관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김생기 정읍시장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으나 국가예산 확보는 잘했다. 연임하면서 정읍시가 나갈 방향을 잘 짰고 (주)다원시스 유치는 성공작이었다.
그간 군수들이 비리로 모두 중도 하차했던 임실군도 행정 출신인 심민군수가 군정을 맡으면서 보이지 않게 작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임실군은 군수들의 무덤으로 통할 정도로 불명예를 얻었지만 심군수가 취임한 이후에는 공직비리가 차단돼 지역발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35사단 이전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와 옥정호 상수도 보호구역 해제 그리고 치즈클러스터 조성은 심군수 성과로 꼽힌다. 번듯한 기업과 부존자원 없는 임실군이지만 사분오열된 주민들을 하나로 모아 나간 게 지역발전의 강한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16년간 김완주 전지사를 보필하다가 행운을 잡은 김승수 전주시장은 패기있게 시정을 꾸리지만 전문성 부족과 비서 출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내부 평이 나온다. 도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면서 인기영합주의로 흘러 재선에만 신경 쓴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 전지사 축소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비서와 장은 역할이 분명 다르다. 갈길 바빴던 익산시의 시장 낙마는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그 피해가 컸다. 전임 시장이 한풀이식 행정을 해 익산시의 시곗바늘을 한참 거꾸로 돌려 놓았다. 중앙인맥이 탄탄한 정헌율시장이 신발 끈을 조여매고 뛰고 있어 성과가 기대된다. 단체장의 아킬레스건은 건강문제다. 3연임한 문동신 군산시장은 그간 의욕적으로 일했지만 건강이 예전만 못해 현장 확인행정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렵게 당선된 최용득 장수군수는 건강 문제로 군정수행을 제대로 못해 군민들을 안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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