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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생태관광, 첫 걸음 떼다 ⑫ 김제 벽골제 생태농경원] '들판 속의 섬' 하중도에 농경문화 생태체험장 만든다

끝없이 트인 '징게맹게 너른들' 지평선축제 등 관광자원 연계 / 시,벽골제 종합발전계획 포함 주민 참여의지 높아 성공 기대

▲ 벽골제 생태농경원.

전라도 말에 ‘징게맹갱 외배미들’이라는 게 있다. 징게맹게는 김제와 만경, 외배미들은 온통 논배미가 있는 들판을 말한다. ‘징게맹게 너른들’이라고도 했다. 거침없이 툭 트여 가이없이 이어지는 들판은 외지 사람들에게 놀라움의 대상이었으리라.

 

김제평야와 만경평야는 우리나라에서 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곡창지대이다. 또 한반도에서는 유일하게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매년 지평선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넓은 들판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삼한시대에 이미 벽골제라는 저수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제시는 이러한 벽골제와 연계해 벽골제 생태농경원이라는 이름의 생태관광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벽골제

▲ 벽골제 농경사 주제관·체험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저수지로 삼국사기에 의하면 330년(백제 미류왕 27년)에 처음으로 쌓여졌다. 제방의 높이는 3.3~4.3m, 길이는 약 3km이며, 다섯 개의 수문을 통해 김제평야와 만경평야에 물을 공급했다. 사적 제111호로 지정돼 있다. 벽골이라는 이름은 백제시대 김제의 지명인 볏골(벼의 고을)을 한자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기원은 조선 태종 때 수리공사의 내용을 담은 중수비에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수리공사 때 바다의 조수가 자주 밀려와 어려움이 많았는데, 하루는 감독의 꿈에 신령이 나타나 벽골(푸른뼈)을 흙에 섞어 쌓으라고 했다. 벽골은 푸른 기가 도는 말(馬)의 뼈를 의미하는 것으로, 말의 뼈를 섞어 넣어 무사히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는데서 벽골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조선 태종 때 수리공사에 동원된 장정만도 1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얼마나 큰 공사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신털미산과 되배미

 

벽골제 바로 옆에는 신털미산(신탈뫼(草鞋山))과 되배미가 있다. 신털미는 벽골제 공사에 동원된 일꾼들이 짚신에 뭍은 흙을 털거나 낡은 짚신을 버린 것이 쌓여서 산을 이룬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털미 밑에는 되배미가 있었다. 되매미는 수 많은 일꾼들의 숫자를 일일이 셀 수가 없어서 500명씩 들어가는 논을 만들어 되로 곡물을 되듯이 한꺼번에 500명씩 세었다고 한다. 실제 면적은 500평짜리 논으로 한 명이 지게를 지고 차지하는 면적이 1평이었기 때문에 논에 가득차면 500명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쉬면서 신발을 털고 다시 일하러 나갈대 논을 몇 번 채우느냐를 따지면 인원수를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하중도

▲ 벽골제 농경문화 박물관.

벽골제 제방 아래쪽에는 흔히 벽골제박물관으로 불리는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그 맞은편에는 21만㎡ 크기의 하중도가 있는데, 신털미산과 되배미는 바로 이 곳에 있다. 하중도는 하천이 구불구불 흐르다가 유속이 느려지거나 유로가 바뀌면서 생겨난 퇴적지형의 섬을 말한다. 신털미산이 있는 이 하중도는 금산면에서 시작해 봉남면을 거쳐 내려오는 원평천으로 인해 형성됐는데, 옛날에는 원평천이 도작문화의 발상지였던 벽골제의 수원(水源)으로 이용됐다고 한다. 하중도는 신털미산과 경작지(논) 등이 있으며, 신털미산의 표고는 64m로 산(山)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작은 언덕이다. 일꾼들의 짚신에서 털려나온 티끌이 쌓여서 만들어졌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이다.

 

△포교마을 이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중도에는 사람이 살았다. 행정구역으로는 부량면 용성리 포교마을로, 30여 세대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포교마을은 장마철만 되면 원평천의 수위가 높아져 침수가 잦고 배수도 제대로 안돼 온통 물에 잠기는 등 재해가 되풀이됐다. 이에따라 김제시는 포교마을을 대상으로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을 벌여 현재는 마을 주민들이 인근으로 집단 이주 중이다.

 

그러나 이 하중도는 수변을 따라 물억새와 갈대, 달뿌리풀 등의 경관이 빼어나고 농경지의 환경도 잘 보존돼 있으며, 원평천을 중심으로 생물다양성이 양호해 김제시는 앞으로 하중도를 대상으로 생태관광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추진계획

▲ 생태습지관찰원 조감도.

벽골제 관광지에는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인근에는 아리랑문학마을, 국립김제청소년 농업생명체험센터, 아리랑문학관 등의 시설이 연계돼 있고, 김제지평선 축제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따라 김제시는 벽골제와 연계해 하중도 생태관광지를 조성하고 생태농업과 농촌문화를 결합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김제시가 구상하는 생태농경원에는 △관찰데크와 조류관찰대, 생태연못(빗물정수시스템), 야생초화류 지대 등 생태관광 시설과 △생태농업체험관, 체험시설 관리센터(할머니네집), 풍년기원마당, 새참마당, 달구지 및 자전거 순환루트, 황조롱이 둥지 놀이터 등의 농원체험 시설, △탐방로 및 산책로, 크롭서클 및 경관농업 농경지, 마실길 등의 경관농업 지구, 그리고 △먹거리 장터와 지역특산물 황보관 등의 지역사회 관련시설 등이 있다.

 

△가능성과 과제

 

하중도에 살던 포교마을 주민들은 예전부터 스스로 우마차를 준비하고 김장체험 시설을 마련하는 등 관광에 관심이 높았다. 이제는 마을이 이전했지만, 앞으로 안내 및 해설 등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높다. 게다가 이 지역은 국도 29호선이 지나고 있고, 서해안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등을 통해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에서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그러나 김제시는 생태관광사업을 벽골제 종합발전계획에 포함시켜 좀 더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생태농경원 조성사업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제시 관계자는 “생태농경원이 벽골제 종합발전 계획에 포함돼 다소 늦어지긴 하지만 대상지의 가능성이나 주민들의 의지, 인근의 연계시설, 외부에서의 접근성 등이 매우 빼어나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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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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