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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생태관광, 첫 걸음 떼다 ⑪ 부안 수생생태정원] 훼손된 습지 되살려 경제성·생태성 두마리 토끼 잡는다

신운천 옛 물길 복원, 관광객 유치·주민 편익 도모 / 조각공원 형태 조성, 수생태 다양한 종 볼 수 있게 / 신석정 문학관·상설시장 등 9가지 야경 발굴 연계

▲ 수생생태정원 조성 계획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부안은 발 닿는 곳마다 관광지이다. 변산반도국립공원을 품고 있으며 내소사와 직소폭포, 채석강과 적벽강, 변산해수욕장과 고사포해수욕장, 격포해수욕장 등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4.9k㎡ 면적의 람사르 습지보존지역을 끼고 있는 줄포만에는 지난 2003년부터 줄포만 갯벌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관람과 탐방, 교육 등을 실시할 수 있는 시설들을 갖추고 있으며 2018년에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처럼 천혜의 자연자원을 자랑하는 부안은 전북의 서해안을 대표하는 관광지로써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부안의 1시군 1 생태관광지는 이런 곳이 아니다.

 

△부안읍 선은리

 

부안군이 생태관광의 대상지로 삼은 곳은 부안읍 선은리 일대이다. 주택가와 연접한 경작지(논)이며, 바로 옆으로 신운천이 흐르고 있다. 신운천은 해돋이, 해넘이 행사를 비롯한 소규모 행사들이 주로 열리는 상징적인 장소이며, 부안읍 주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즐기는 장소이기도 하다. 생태관광이 정의하고 있는 ‘생태계가 특히 우수하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한 지역’과는 다소의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운천

▲ 신운천

신운천은 오래된 하천이다. 옛날에는 신운천을 따라 부안읍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부안군은 현재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생태하천복원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2.2km 구간의 복원사업이 올 연말이면 완료된다. 부안군은 신운천 생태하천복원사업과 연계해 논이 조성되기 이전의 옛 물길을 생태적으로 복원하고 수생정원으로 가꾼다는 계획이다. 훼손된 습지를 복원함으로써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주민들의 복지편익을 도모함은 물론 더 나아가서는 도심공동화의 문제를 덜어 보겠다는 게 부안군의 구상이다.

 

△야한구경(夜한九景)

▲ 내소사 전나무 숲길

부안군은 부안읍 일대에서 ‘밤에 즐길 수 있는 9가지 경관’(夜한九景)을 선정 발굴해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도심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는 부안읍내에서 관광객들이 1박2일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으로 주민들의 폭넓은 의견수렴과 준비과정을 거쳐 운영되고 있다.

 

제1경은 ‘문학이야’로 신석정 문학관에서 출발해 시비들이 이어진 마로니에 가로수길로 이어진다. 제2경은 ‘청춘이야’로 옛날에 젊은이들의 단골 약속장소였던 터미널과 극장, 시계탑 등이 모여 있던 구도심을 대상으로 한다. 낭만과 추억이 깃든 이곳에 시계탑을 다시 세우고 옛날의 젊음들을 유혹하고 있다. 제3경은 ‘시장이야’로 부안 상설시장을 말한다. 굳이 바닷가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싱싱한 생선과 회를 먹을 수 있는 풍성한 곳이다. 제4경은 ‘물고기야’로 신운천에서 이어지는 읍내 실개천 끝자락에 물고기 머리와 꼬리 부분 조형물이 분수와 함께하고 있다.

 

제5경 ‘정원이야’는 롱롱피쉬라는 이름을 가진 제4경에서 이어지는 곳으로 도심 거리 한쪽에 운치있는 정원이 꾸려져 있다. 영국 첼시정원박람회에서 2번의 수상 경력이 있는 황지해 작가의 작품으로 정원 입구 신호등 꼭대기에는 쥐가 한 마리가 있다. 건강한 정원에는 쥐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며, 정원 담벼락과 신호등엔 앙증맞은 쥐 발자국도 보인다. 제6경 ‘사랑이야’는 이매창 사랑의 테마공원 일대로 매창의 애뜻한 사랑을 표현하는 구간이며, 제7경 ‘편백이야’는 시민들을 위한 힐링공간으로 서림공원과 연곡공원. 진동공원에 조성되고 있다. 제8경 ‘호숫가야’는 고마제 저수지를 배경으로 자연생태공원을 활용한 산책 및 걷기 구간이며, 제9경 ‘별천지야’ 산책을 하면서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도록 신운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구간에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부안군이 계획하고 있는 신운천 수생생태정원은 야한구경의 한 부분으로서도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부안군의 구상

부안군은 옛 물길을 복원함으로써 생태학습의 장을 제공하고 자연과 인간이 협업하여 지역주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는 생태관광의 비전을 구상하고 있다. ‘논바닥의 잉태’로 특징지어지는 이 정원은 편지지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모양으로 소규모의 조각공원 형태로 조성될 예정이다. 우선 옛 물길을 살리고 논으로 이용되기 이전의 형태인 갯벌과 습지로 복원하여 그린카펫과 수생식물 군락지, 왕버들 군락지, 자생식물 군락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갯골과 발바닥 정원, 나루터 정원, 야생운동장, 나눔의 집 등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교류하며, 왜가리 둥지, 깃대종 정원, 엣지 정원, 체험센터 등을 통해 수생태의 다양한 종을 복원할 예정이다. 깃대종은 수생식물로는 노랑어리연꽃, 초화류로는 억새와 갈대, 조류로는 왜가리가 선정됐다.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는 기존 논둑과 방둑선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특화작물 단지, 농산물 판매장, 경관농업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경제성과 생태성

▲ 직소폭포

부안군은 현재 논으로 남아 있는 선운리 일대가 옛날에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갯벌 또는 습지의 형태였다는 점을 내세워 생태관광의 거점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이다. 옛날의 환경을 생태적으로 복원 관리하는 것도 현재의 생태를 보존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다. 부안군이 이 지역을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명당, 운기, 봉덕, 용계 등 인근 마을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당/운기마을에서는 매년 연꽃축제가 열리고 있어 부안군은 수생식물을 기반으로 한 6차 산업의 가능성을 이번 수생정원 조성을 계기로 더욱 높여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지역이 부안터미널에서는 도보로 5분, 부안IC와 국도 23호, 국도 30호에서는 반경 1km 이내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도 매력이다.

 

부안군 관계자는 “인근 지역에는 경관작물을 재배하도록 하고 주민들이 물과 관련된 여러 품목을 생산 판매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처음에는 10ha 규모로 시작해서 점차 100ha 이상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안군의 계획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생태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내세우는 일반적인 관광상품이 되기 쉽다는 일부의 지적이 그 것이다. 부안군이 구상하는 생태정원이 생태적으로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부안군의 고민이 좀 더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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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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