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역사 배우고 자연 느끼는 체험 공간 구상 / 원시환경 보존…맨발산책길·관찰데크 설치 / 이끼도롱뇽 생애 배우는 서식처 등 조성키로
물은 생명의 시작이요, 근원이다. 장수는 물이 시작되는 고장이다. 철종·고종 연간에 만든 동여도를 보면 뜬봉샘 일대가 금강지원(錦江之原)으로 표기돼 있다. 금강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 뿐 아니다. 뜬봉샘으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수분령(水分嶺)이라는 고개가 있다. 말 그대로 물이 분기를 이루는 고갯길이다. 수분령은 예부터 주막이 하나 있었는데, 빗방울이 이 주막 지붕의 어느 사면에 떨어지느냐에 따라서 금강으로 흘러들기도 하고, 섬진강으로 합류하기도 했다고 한다.
장수에는 물과 관련된 이름이 많다. 동여도를 보면 수내, 수남, 수서와 계내, 계북, 계남, 천천 등의 이름이 보인다. 물(水)이 시작돼 계곡(溪)을 이루고, 다시 천(川)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장수이다.
△뜬봉샘
금강천리 비단물길이 시작되는 뜬봉샘은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신무산 9부 능선에 자리잡고 있다. 해발 790m의 고원에 있지만, 어떤 가뭄에도 물길이 마르지 않는다.
이 샘에는 이성계의 건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기 위해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기도를 했으나 아무런 계시도 받지 못하고, 이곳 신무산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는 마지막 날에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피어오르며 그 무지개를 타고 봉황새가 너울너울 하늘로 올라갔다. 봉황이 올라간 곳을 찾아가보니 작은 옹달샘이 있었고, 사람들은 봉황(鳳)이 떴다고 하여 뜬봉샘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뜬봉샘은 금남호남정맥길 등산로가 연결되며 백두대간 마실길 탐방로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뜬봉샘을 품고 있는 신무산이라는 이름도 재미있다. 신무산은 말 그대로 신(神)이 춤추는(舞) 산이라는 뜻으로 봉황과의 관련성을 짐작케 한다.
△뜬봉샘 생태공원
뜬봉샘 생태공원은 장수군이 지난 2011년 문화공원으로 지정한 곳으로, 그동안 10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금강사랑 물체험관과 물의광장, 생태연못, 미로원, 물레방아, 생태탐방로 등을 갖추고 있다.
뜬봉샘에서 시작되는 금강의 첫 실개천인 강태등골 2.5km 구간에 전망데크와 휴게공간, 평상 등을 갖추고 있으며, 숲길에는 낙엽송이 분포하고 편백나무와 다릅나무 등이 심어져 있다.
방문자센터역할을 하는 금강사랑 물체험관은 장수군의 천연기념물 보호치료소로도 지정돼 있다. 관내에서 부상을 입고 구조됐거나 주민들로부터 위탁받아 천연기념물인 남생이 11마리와 원앙 3마리, 수리부엉이 1마리, 그리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 3마리, 사슴과 고라니 각각 14마리, 노루 1마리 등을 보호하고 있다. 뜬봉샘 일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이 분포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이끼도롱뇽과 뻐꾹나리가 깃대종으로 지정돼 있다. 이끼도롱뇽은 이끼가 많은 산간 지역 바위 밑에서 10여 마리씩 군집생활을 하는 길이 약 4cm의 누런 갈색 또는 붉은색 줄무늬를 가진 도롱뇽으로 아시아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허파없이 피부로 호흡하며 아시아지역 도롱뇽에는 없는 혀와 발, 두개골을 가지고 있다.
뻐꾹나리는 환경부 지정 특정식물종 5등급이며, 중부 이남 산지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으로 뻐꾸기 앞 가슴의 얼룩무늬를 닮아서 뻐꾹나리로 불린다.
△수분령
해발 539m의 수분령은 예부터 주변 고장이나 한양으로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갯길이었다. 옛날에는 길손들이 쉬어가는 주막이 꽤 있었지만, 지금은 다 사라지고 민간 휴게소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뜬봉샘 생태관광지의 진입부로서 섬진강과 금강의 물줄기가 갈라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홍보가 제대로 안되고 인지도가 낮아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뜬봉샘 생태관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군이 부지를 사들여 불량경관을 개선하고 상징성을 갖출 수 있도록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수분마을
뜬봉샘 생태공원의 배후마을인 수분마을은 1865년 병인박해 때 피신한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들어 살기 시작한 교우촌이다. 공동우물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취락지가 형성됐으며, 신앙의 중심인 장수천주교회 수분공소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189호로 지정됐다. 1913년에 지어져 1921년 전면 개축한 공소의 성지순례를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어 이들의 관심을 생태공원으로 연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수분마을은 지난 2005년 환경부가 생태우수마을로 지정했으며, 물뿌랭이 마을로 주민들의 자부심이 강하고 주민 협의체가 잘 조직돼 뜬봉샘 기원제, 자연보호 활동, 탐방로 가꾸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조성 및 운영 계획
장수군은 역사를 배우고, 자연을 느끼며, 생태와 교감하고, 체험을 즐기는 생태관광지를 구상하고 있다.
역사교육 공간으로서는 조선건국의 설화가 깃들어 있는 뜬봉샘과 맑은 물소리와 폭 1.5m 안팎의 첫 실개천인 강태등골, 그리고 금강사랑 물체험관이 대상이다. 개발을 최소화하고 원시환경을 보존하면서 소원걸기와 소망의 돌탑쌓기, 소망의 물 띄어 보내기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뜬봉샘과 뜬봉샘 생태공원 지역에서는 자연을 느끼면서 간소한 야영과 맨발산책, 세족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편백나무숲과 맨발산책길, 캠핑데크, 새집조형물, 암석원, 관찰데크 등을 설치할 방침이다. 오감만족 가온누리길에서는 새소리와 물소리, 꽃내음, 풀내음을 맡으며 산책할 수 있고, 명상원에서 명상에 빠질 수도 있다.
또 이끼도롱뇽의 생애를 배울 수 있는 서식처를 조성하고, 보호하고 있거나 구조 된 동물(천연기념물, 사슴, 고라니 등)과의 교감 나누기, 나무를 활용한 화분만들기 등을 통해 탐방객들이 생태를 탐구하고 교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지역 주민이 들려주는 뜬봉샘과 수분마을 이야기, 뜬봉샘 야생화 축제 및 레드페스티벌, 한겨울 뜬봉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를 위해 금강사랑 물체험관 인근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야생화 생태공원 등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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