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장애 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장애인구가 251만 1051명으로 총인구 대비 약 4.9%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의 90% 이상이 여가 활동으로 TV 시청 정도만 하고 있다. 연극·영화 등의 감상은 약 7%에 불과했다.
우리 사회에서 적지 않은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지만 이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누리기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전북지역 역시 다르지 않다.
현재 전북에는 올해 4월 기준으로 13만 1218명의 등록 장애인이 존재하고 176개의 장애인복지시설이 있다. 정신적·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활동이 가능한 장애인의 경우 난타, 그림, 음악, 체육 활동 등 예·체능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하지만 앞서 말했듯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장애인 연극교실을 운영하는 익산시 장애인가족지원 인권센터와 군산 장애인 복지회관 연극교실 등 현장에서 도내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 현황을 들어봤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얻는 기회
문화소외자 또는 문화소수자에 대한 참여 예술 형태의 예술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서도 또 다른 문화소외자가 생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바로 장애인에 대한 예술 활동이다. 장애인에게 예술 참여형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 교육과 마찬가지 이유인 자신감의 상승과 자존감의 회복일 것이다.
2년째 장애인 연극 교실을 운영하는 익산시 장애인가족지원 인권센터의 김명남 과장은 “참여하는 분들이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며 “게다가 연극을 배우고 공연을 하기 위해 역할을 맡으면서 책임감도 기르고 서로 협동하는 법, 기다리는 법도 배운다”고 말했다.
이미진 연극 교실 강사는 “처음엔 과연 이 친구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연극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가능할까 하는 고민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배역에 욕심을 내고, 무대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에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애 수준에 맞는 예술교육 강사 부족
확실히 일반적인 연극예술 활동보다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예술 활동이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이 꼽힌다.
“처음 대상자들을 만났을 때 비장애인들과 똑같다는 생각에 많이 놀랐어요. 아마도 그건 제가 생각하고 있던 일반적인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가 잘못된 편견을 만들어 냈던 것 같아요.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춰서 공연을 준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지 알게 되었죠.”(이미진 강사)
두 번째는 장애 수준을 고려한 교육방법과 강사의 부족을 들었다. 군산 장애인 복지회관에서 수업을 했던 김복임 연극교실 강사는 “학교예술교육도 학년에 맞는 적절한 교육의 단계가 필요하듯이 장애인 연극 교육도 장애 수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이에 맞게 교육이 가능한 강사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연극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장애인 대상 연극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육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교육적 방법의 다양성이 좀더 연구 되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접 참여하는 예술 안에서 피어나는 꿈
도내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연극 수업이 진행되는 단체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또한 대부분의 단체들이 지원을 받아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지속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와 교육 대상자와 교육 강사들은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수화 강사인 김순지 씨는 말했다.“농인들에게는 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문화가 있어요. 그것은 아마 청인들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그런데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관계 안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연극인 것 같아요. 바로 연극을 통해서 농인과 청인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거죠.” 좀더 다양한 직접적인 예술 참여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2년간 연극 교실 수업을 들은 진승찬 씨는 “너무 좋아요. 자신감도 생기고요. 그리고 매일 센터하고 집을 왔다 갔다 하는 게 다 였는데, 색다른 경험을 하니깐 삶의 활력도 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하면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다.
강명득 씨는 “제가 글씨를 못 읽거든요. 그런데 대본을 읽으려면 글을 좀 배워야 겠어요.”라고 말했다.
김복임 강사는 “한번은 수업이 다 마무리 되고 나서 자폐증에 걸린 아이가 저한테 다가와서 말하더라고요. 자기도 선생님처럼 연극 강사가 되고 싶다고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요. ”
장애인,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에 따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세상에서 같이 호흡하며, 같이 느끼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선택은 그들의 몫이지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도록 사회에서 노력해야 한다. 그들도 또 다른 꿈을 꾸며 행복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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