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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비안도 뱃길

지난 2002년 4월 군산 옥도면 비안도 앞 해상에서 소라잡이에 나선 잠수부들이 고려청자 243점을 건져 올려 큰 화제가 됐다. 이후 군산 십이동파도 해역과 야미도 지역에 대한 발굴조사에 나선 결과, 고려시대 청자를 운반하던 십이동파도선을 비롯해 도자기 닻돌 철제 솥 시루 밧줄 등 1만 5000여 점의 유물이 발견됐다. 해저 속에 뭍혀 있다가 800여년만에 빛을 본 이들 유물은 새만금 방조제가 축조되면서 바다 물길의 변화로 갯벌이 쓸려 나가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 축조로 인해 비안도 주민들은 17년째 뱃길이 끊겨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다. 섬 지형이 날아가는 기러기처럼 생겼다는 비안도(飛雁島)는 군산항 남서쪽 해상 1.63㎢ 면적의 비교적 큰 섬이다. 현재 182세대 365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지난 2002년부터 여객선 운항 적자와 새만금 방조제 축조로 뱃편이 끊긴 이후 해상 대중교통수단이 전혀 없다. 국내 유인 도서(島嶼) 가운데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 곳은 비안도가 유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섬 주민은 물론이고 관공서 학교 교직원 등도 육지로 오가는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새만금 가력항에서 불과 4.5km 거리임에도 뱃편이 없기에 소형 어선을 이용해야 하고 기름값도 한번 운항하는데 20만원 가까이 들어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원이 3명인 소형 어선에 10여명씩 타다보니 가끔씩 선박 전복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했었다. 때문에 초등학교 교직원들의 인사 발령때 인수인계 물품이 ‘구명조끼’라고 까지 했었다. 지난 2012년에는 안전행정부에서 ‘찾아가고 싶은 섬’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25억원을 투입했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이 2012년 자체 도선사업단을 구성해 가력선착장 점사용 승인신청서를 농림수산식품부에 제출했지만 새만금 행정구역 분쟁으로 부안지역에서 강력 반대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마침내 지난 17년동안 끊겼던 군산 비안도 뱃길이 열리게 됐다. 지난 18일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전북도와 군산시 부안군 비안도·가력선착장 주민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군산 비안도~가력선착장 선박 운항을 합의했다. 선박과 선착장 부대시설 등이 마련되면 내년 8월부터 본격 운항될 예정이다. 비안도와 부안 어민들은 이날 “예전처럼 형제같이 지내자”며 상생 화합을 다졌다. 17년만에 서로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여니 이웃사촌 한 형제가 됐다.

권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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