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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만 덧낸 제살깎기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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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관광재단과 도의회 예산 충돌은 상호 신뢰 관계가 무너진 데서 비롯됐다. 어차피 견제 감시를 받아야 할 입장과 이를 추궁하는 구조의 역학 관계로 볼 때 그동안 쌓인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문화관광재단 예산의 40%가 넘는 87억 원을 삭감한 것에 대한 정당성 여부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서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감정을 자극하며 합리적 판단이 아닌 개인의 사적 감정이 개입됐다는 것이 골자다. 두 기관 모두 이 같은 인식 위에서 상대방에게 공격적 언사를 서슴지 않으며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은 본질 보다는 곁가지에만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물론 예산 삭감 문제가 예결위에서 최종 결말이 어떻게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는 '누워 침 뱉기식' 의  공방전이 안타깝다.

그간 양측의 주장을 정리하면, 도의회가 올해초 직무 관련 형사처벌 대상자의 본부장 승진을 불합리한 인사로 문제 삼고 취소를 거듭 주장해 왔다는 것이다. 재단 측은 조직개편을 통해 '팀장 자율제' 를 도입해 팀장이 본부장으로, 또는 팀원으로 갈 수 있도록 조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팽팽한 기 싸움 끝에 도의회는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기관에 대해 그에 상응한 예산 삭감을 통해 주의를 환기시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재단 측은 그동안 못마땅하게 여기며 부정적 시선을 노골화한 상태에서 급기야는 보복성 예산 삭감으로 분풀이를 한 것이라고 맞섰다.

문제는 이 같이 날선 상황에서 더 불을 지른 것은 사적 감정의 개입설이다. 도의원과 인척 관계인 팀장이 팀원으로 옮긴 데 대해 시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양쪽 분위기는 더욱 격앙돼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문화예술인들이 나서 집단 규탄셩명을 내고 해당 의원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예산 복원을 포석에 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확전 양상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감정만 부추기는 꼴이다. 오히려 사실 관계를 중심으로 재발 방지와 신뢰 회복에 당사자들이 적극 힘써야 할 때다.

이번 경우처럼 문제가 꼬이면 그것을 풀기 위한 과정이 쉽지 않고 에너지가 두 배 이상 소진된다. 이런 때일수록 냉정함을 잃지 않고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는 정공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달리 우회적 방식을 통해 상대를 굴복시키려 하고 악마화해서 반사 이익을 노리려는 꼼수는 되레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킨 보조금 수령의 악몽을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함으로써 재단의 부정적 이미지만 소환한 꼴이 된다. 의회도 끊임없는 이해 충돌 논란 속에 갑질과 막말, 고압적 태도가 대의 기관의 위상을 깎아내린다는 지적에 직면해 있다. 그런 점에서 두 기관의 리스크 관리는 실패한 셈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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