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치즈의 아버지, 지정환 신부(벨기에 명 디디에 세스테벤스)가 13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벨기에 태생인 고인은 1958년 가톨릭 사제 서품을 받고 지난 1960년 3월 첫 발령을 받아 천주교 전주교구 소속 신부로 활동해왔다. 특히 지역 농민들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1967년 국내 최초로 임실에 치즈 공장을 설립하는 등 유럽의 치즈 기술을 국내에 전파하며 ‘한국 치즈의 아버지’로 불린다. 지난달 26일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마틸드 벨기에 왕비와 가진 청와대 환담에서 “한국인들도 임실치즈를 즐기며 지정환 신부를 존경하고 있다”고 고인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중증장애인을 위한 재활센터 ‘무지개의 집’을 세워 장애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20여년에 걸쳐 중증 장애인 자활에 헌신한 공로가 인정돼 2002년 호암재단으로부터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그때 받은 상금 1억 원과 임실치즈농협에서 매달 250만 원씩 보내온 지원금, 지정환임실치즈피자 판매수익금 등 모두 5억 원으로 ‘무지개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에서는 매 학기 40명의 장애인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장애인과 그 가족을 돕고 있다.
2004년 사제직에서 은퇴한 지 신부는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에 ‘별아래’라는 집을 지어 무지개가족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생활해왔다. 2016년 12월 4일에는 정부로부터 공을 인정받아 한국 국적을 받으면서 한국에 온지 57년만에 진짜 한국인이 됐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장애인들이 자립하고 사회와 만나는 것에 가장 많은 관심을 두고 그들의 삶이 나아지는 데에 힘을 쏟았다.
그의 빈소는 전주시 중앙성당에 마련됐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16일 오전 10시 전주 중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진행한다. 장지는 전주시 치명자산 성직자 묘지다.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푸른 눈의 한국인. 지 신부는 한국 땅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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