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부님께서 천국으로 떠나셨네요” 지정환 신부님의 선종을 알리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위중한 상태로 몇 번의 고비를 넘길 때마다 “눈을 떠보니 하느님이 나를 부르지 않았어요. 아직 여기에 있으라는 거죠”라고 하셨던 지신부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아… 부름을 받으셨구나. 신부님 천국에서 평안하소서….’
생전에 좋아하시던 벨기에 맥주와 들꽃을 들고 전주 중앙성당을 찾았습니다. 지신부님 방안에 있던 십자수 영정이 있는 공간에 들어서니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가만히 인사를 올리고 장례식장에서 틀어 달라고 하신 노사연의 노래 ‘만남’을 잔잔하게 들려드렸습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돌아보지 마라 / 후회하지 말아 / 아 바보같은 눈물 보이지 말아 /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한 번은 부족하니 더 들려달라는 음성이 들리는듯하여 더 들려 드리고 우두커니 앉아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따뜻하게 잡아 주신 손과 제 이름을 “주님~”이라며 음절을 길게 빼며 익살스럽게 불러주신 음성이 귓가에 가득합니다. 지신부님과의 만남은 임실치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뵙기를 청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짧지만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신부님이 들려주신 경이로운 삶과 사랑은 그저 한분의 성직자이자 임실치즈의 대부로만 알려지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그분의 삶은 그를 필요로 하는 곳에 거하고 함께 역경을 극복하고 그 결과를 온전히 나누고 그들에게 돌린 가히 기적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흔적을 깊게 남겼습니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았던 때에 한국에 오신 성직자로 가난한 농촌의 삶을 위해 애쓰신 분, 엄정한 정치적 상황에 신부님의 이름처럼 정의롭게 맞서주신 분, 장애로 고통받는 자들의 손을 잡고 사회로 나서게 하며 낮은 곳 필요한 곳에서 늘 함께하신 삶을 살아오신 신부님입니다. 노자의 ‘공수신퇴(功遂身退,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난다)’를 말씀을 하시며 프랑스어를 더해 아름답게 말씀해주신 음성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지신부님이 이제 천국에서 평안함을 얻으셨음에 안도하고, 또한 ‘만남’의 가사에 “바보 같은 눈물을 보이지 말아”라고 하지만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전주천변 치명자산 자락에 있는 묘소에 종종 들려 큰 어른께 삶의 지혜를 얻겠습니다. 지신부님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나아지는 삶을 위해 행동하고 실천하며 보여주신 크나큰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신부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언제나 기억하겠습니다.
-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