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적다 솥적다” 소쩍새 우는 봄밤. 살강의 국자처럼 정수리 위에 북두칠성이 떠 있습니다. 으스스 아직은 한기가 듭니다. 옛날 옛적 한 시어머니, 며느리가 미워 작은 솥으로만 밥을 짓게 했답니다. 식구들 밥을 푸고 나면 제 먹을 밥이 없었겠지요. 굶다 굶다 결국 피를 토하고 죽은 며느리, 그 죽은 자리에 피보다 붉게 철쭉이 피어난답니다. 소쩍새가 된 며느리는 한이 맺혀 솥적다 솥적다, 이산 저산 옮아가며 서글피 운답니다.
쌀독은 바닥난 지 이미 오래, 막 입하(立夏) 지났으니 보리타작 할 망종(芒種)은 아직 한 달이나 남았습니다. 지도에도 없고 지금은 흔적도 없는 눈물 반 한숨 반 넘던 보릿고개가 있었습니다. 한 사발 두 사발, 배곯아 죽은 며느리 먹으라고 이팝 꽃 핍니다. 주린 배 채우고 단숨에 보릿고개 넘으라고 이팝 꽃 핍니다. 새참으로 한술 더 뜨라고 아카시 꽃도 핍니다. 입하에 피어 ‘입하 꽃’, 흰쌀밥 같아 ‘이밥 꽃’. 이팝 꽃 고봉으로 피었습니다. 항아리를 닮은 감꽃은 아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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