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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터치'] 낙엽

수북한 낙엽을 보아 계절은 이미 저 하늘보다 깊었음을 압니다. 벚나무 아래에 긁어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엣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낮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자욱해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 가 생각나, 한 잔 커피가 생각나 떨어진 나뭇잎을 그러모아 태웁니다. 시몬, 나뭇잎이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사드락 사드락 구르몽의 <낙엽> 을 밟아봅니다. 은행나무 아래 떨어진 샛노란 몇 닢을 주우려다가,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는 김광균의 <추일 서정> 을 떠올립니다.

일삼아 한나절 나무를 흔들고, 떨어진 낙엽을 마대 자루에 쓸어 담는 청소부 아저씨가, 낭만이라곤 모르는 인사만 같아 그만 쓸쓸해집니다. 그이의 수심(愁心)을 모르는 내가 더 슬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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