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인디언 체로키 족은 11월을 “산책하기 알맞은 달”이라 한다지요. 바삭거리는 햇볕이 산책하기 딱 좋은 오후였습니다. 산책이란 본디 느긋하고 한가로워야 하거늘, 시절 탓인지 오늘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걸어 걸어 한식경, 석양이 사그라드는 모닥불만 같았습니다. 식어가는 볕기를 부지깽이로 다독여 두고 싶었습니다. 나프탈렌 냄새가 배어있는 도톰한 점퍼를 챙겨 입고 나선 세상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동네 앞 들길을 멀리 돌아오는 11월의 한나절이 배추 꼬리처럼 짧기만 했습니다.
앞산에 어스름, 움츠려 옷깃을 여밉니다. 한낮에 쟁여 두었던 볕내 이미 시들었습니다. 성심으로 하루를 산 사람들의 어깨를 감싸는 저 어스름은 안식입니다. 미처 돌아오지 않은 주인을 기다리는 검둥개가 동구 밖을 어슬렁거리듯 가로등 하나둘 밝아옵니다. 저기 고샅을 지우며 어둠이 밀려옵니다. 내 앞에 우뚝 설 어둠도, 막달인 12월도 다른 세상의 것은 아니겠지요. 무릎 담요 덮어주듯 구름이 낮습니다. 밤이 지나야 내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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