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운전자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운전면허 반납 등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택시 등 생계형 고령운전자들에 대한 대책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택시나 버스 등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자칫 안전사각지대화 할 우려가 크다. 전북지역 고령 택시운전자 실태를 점검하고, 관련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 시민 임모 씨(29)는 최근 전주에서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택시에 올랐지만 곧바로 후회했다.
나이가 70대는 넘어보이는 택시 기사가 계속해서 차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급정거와 급발진에 심지어 직선도로에서 핸들에 몸을 밀착시킨 채 손을 떨며 운전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택시 옆을 지나가던 다른 차량들이 계속해서 경적을 울리는 등 승차 15분 내내 불안에 떨어야 했다”며 “아마도 택시기사분이 나이가 드셔서 운전 능력이 많이 떨어지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2 전주 모 택시회사 소속 기사 A씨(62)는 자신이 회사에서 막내 축에 속한다.
회사에 70대 이상 기사가 절반을 넘는데, 이들 동료기사가 사고가 날까 걱정되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A씨는 “저야 사납금을 채우고 남는 돈이 있지만 모든 분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70대 이상 기사들은 사납금 채우기도 버거워 할 때가 많다”며 “젊은이들이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기에 기사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지역을 비롯한 전국 택시기사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9년 4월 등록 기준 전북지역 개인과 법인 택시 운전종사자는 총 8821명이다. 그 중 60세 이상 택시 운전종사자가 5452명으로 전체 운전종사자의 절반이 넘는 56.1%나 된다.
70세 이상 택시 운전종사자도 807명으로 전체 운전종사자의 약 9%를 차지한다. 전북지역 70세 이상 택시 운전종사자의 비율은 전국 평균 11%보다 낮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택시기사 기피현상과 맞물리면서 70세 이상 기사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60세 이상 택시 운전종사자가 많은 이유는 노년층이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생계를 위해 택시운전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층이 기피하다보니 회사운영을 위해 고령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택시회사의 현실속에 생계를 위해 개인택시 운전에 나서는 기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70세 이상 택시 운전종사자 가운데는 개인택시 종사자가 672명으로 전체의 83%며, 나머지가 법인택시 종사자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고령운전자 면허반납 제도는 택시 운전종사자의 생계를 중단하는 제도나 다름없다.
도내 한 택시운전사 A씨(59)는 “최근 고령운전자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에 대해 알고 있지만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면허 반납은 아니라고 본다”며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운전사 B씨(68)도 “정년퇴직을 하고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해 택시운전에 종사하고 있지만 승객 안전을 위해 안전운전 교육과 국가에서 요구하는 운전적성정밀검사를 성실히 받고있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고령운전자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에 따라 지난 2월 13일부터 65세 이상 택시 운전종사자에게 자격유지검사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며 “그밖에 고령운전자에 대한 다양한 정책 논의들을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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