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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 방법론, 전북형 ‘리빙랩’을 찾아서] ① 왜 리빙랩인가 - 도시 바꾸는 아이디어, 시민이 주도

유럽서는 10년 전부터 ‘사회 혁신 방법론’으로 활성화
전북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네트워크 구성 등 고민 중

전주 시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는 ‘리빙랩 프로젝트 결과 공유회’. 사진제공=전주시
전주 시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는 ‘리빙랩 프로젝트 결과 공유회’. 사진제공=전주시

“휠체어에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조이스틱을 부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날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조이스틱 전동휠체어는 2008년 덴마크 에그몬트학교 장애인 학생들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당시 장애인 보조기술 개발을 연구하는 기업, 유관기관이 효과적인 보조기술을 만들기 위해 최종 사용자인 장애 학생들을 기획·제작에 참여시키는 ‘에그몬트 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 학생들은 휠체어에 앉아 쉽게 게임 할 수 있도록 게임 조이스틱을 휠체어에 설치해달라고 제안했고, 사업 가능성을 엿본 기업은 현재의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조이스틱 휠체어’로 개발한 것이다. 이는 리빙랩 활성화의 시초이자, 대표 사례가 됐다.

시민과 사용자가 생활하는(living) 도시가 거대한 실험의 장(lab)이 되는 것. 시민이 주도해 아이디어를 내고 도시를 바꾸는 ‘리빙랩(Living Lab)’ 프로젝트는 유럽에선 이미 10년 전부터 연합네트워크를 꾸렸을 정도로 활성화되고 각광받는 사회 혁신 방법론이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수십 억 원의 국가예산을 들여 ‘리빙랩’에 투자하는 가운데 전북도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리빙랩을 추진하기 시작한 전북은 올해 거점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고민하는 단계다.   

리빙랩의 중요성, 안착한 국내외 성공 사례, 전북형 리빙랩 구축을 위한 과제를 7차례 연재한다.

△‘리빙랩’, 시민 주도 문제 해결

시민이 만드는 혁신적인 사회 변화와 더 나은 도시.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이 바로 ‘리빙랩’이다. 기존처럼 기술·정책을 만든 뒤 활용할 곳을 찾거나 사회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처방’처럼 해결 정책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사회 문제가 벌어지는 현장의 시민들이 직접 느낀 여러 가지 원인과 해결 아이디어를 내고 지역·정부의 연구기관이 이를 정책으로 엮어낸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도시·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개발이 주였다면, 이제는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사회를 바꿀 것인가, 기술을 인간 삶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등 혁신 방법론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며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탐색, 실험, 실증, 연구 개발하는 모든 과정에 최종 사용자가 참여해 연구자와 함께 일하는 방식인 리빙랩은 ‘전문성’과 ‘시민성’이 결합한 혁신모델”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 네덜란드 리빙랩 포럼.
지난 5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 네덜란드 리빙랩 포럼.

 

△국내외에서 가장 뜨거운 방법론

유럽에선 벌써 2006년부터 유럽리빙랩네트워크(ENoLL)를 꾸리는 등 정착화했다. 2004년 미국 MIT에서 처음 개념이 생겼지만 유럽에서 시민·사용자 참여 중심의 혁신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운동 성격으로 번졌다.

국내에서는 낯선 개념이었지만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가 2000년대 후반부터 초기 개념 구축과 연구를 주도해나갔다. 2013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새로 진행한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개발사업’의 추진체제로 도입됐다.

연구개발 사업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최종 사용자와 연구자가 현장에서 협업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자치단체 등의 핵심 사업 추진 단계로 자리 잡았다. 국내 자치단체, 중간 민간조직, 대학, 일반시민 등 다양한 주체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빙랩을 시도한다. 최초로 리빙랩 실험을 시작한 서울시혁신센터를 비롯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전남, 제주, 전북 등 지역마다 혁신센터가 건립됐다. 전북에서도 이제 리빙랩은 선택이 아니라 일상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지역에서 시민 요구에 의해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도심 속 커뮤니티 공간 및 케어팜 'Food for Good'.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지역에서 시민 요구에 의해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도심 속 커뮤니티 공간 및 케어팜 'Food for Good'.

△활발한 교류 속 한국 리빙랩 가세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개념인 만큼 전 세계 리빙랩 전문가들이 교류를 맺고 공동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유럽국가 리빙랩 단체들이 연합한 유럽리빙랩네트워크(ENoLL)뿐만 아니라 매년 각국을 돌며 개최하는 ‘오픈 리빙랩 데이즈(open livinglab days)’가 대표적이다. ENoLL이 주관해 전 세계 리빙랩 전문가들이 활동 사례를 발표하고 매년 주제를 정해 지속발전 방향을 토론한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지난 2017년부터 ‘한국 리빙랩 네트워크 포럼’을 열고 있다. 국내 리빙랩 전문가들이 모여 현황을 짚는 자리로, 현재 15차까지 진행됐다.  

또 지난 5월에는 처음으로 리빙랩 선도국가인 네덜란드와 공동 교류 포럼을 열며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민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책조정과장은 “최근 한국 리빙랩은 연구개발, 산업, 사회, 지역, 보건의료 전반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법론으로서 부각되고 있다. 네덜란드 현황과 사례를 보며 긍정적인 공감·교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북, 지역 실정에 맞는 구축 관건

 

지난 7월 2일 열린 전북리빙랩네트워크 발족식 모습.
지난 7월 2일 열린 전북리빙랩네트워크 발족식 모습.

서울 북촌마을 주민과 관광객 모두의 불편 해소를 위한 기술 접목, 대전 농수산물시장 쓰레기 악취·주차난 해결, 노인·마을 복지에서 시작해 다양한 문제 해결 플랫폼이 된 성남 시니어체험관. 모두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던 지역 문제를 찾아 실정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새로운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삼은 사례들이다.

국내외 리빙랩 전문가들은 전북에서 시작하지만, 로컬(local·지역)에서 글로벌(global·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지역 가능성을 리빙랩에서 찾았다.

지역민 스스로가 전문가와 함께 도시에 진짜 필요한 요소를 찾아 발전시키면서 지역 사회 구조를 변화하고 인적 역량을 키운다. 중앙 정부에서 내린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는 탑다운(top down) 구조에서 형성하기 힘들었던 자생력을 얻는 과정인 것이다.     

중앙부처 역시 리빙랩을 지방자치의 단단한 밑바탕이 될 키워드 개념으로 주목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등이 주요 사업에 리빙랩을 접목한 이유다.

하지만 리빙랩이 지역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전북지역 어떤 분야에, 어떻게 도입해야 효과적인지 진단해야 한다.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론의 형태이기 때문에 모든 분야와 지역에 일률적으로 대입해 성공하기 어려운 탓이다. 전북만의 특성을 파악해 혁신을 꾀하는 전북형 리빙랩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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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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