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전북지역 리빙랩 사업은 폭발적으로 활성화됐다. 전북 콘텐츠코리아 랩·전주시사회혁신센터·전주대 지역혁신센터 등 중추적 사업 집행 기관들이 자리를 잡아 갔고, 중앙부처 지원과 자체 사업 등 다양한 예산 지원 사업이 양적으로 늘었다.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전자부품연구원 등 리빙랩 사업 주체·조력자로 나설 전문가들이 모여 전라북도 리빙랩 네트워크를 발족하는 등 인적 역량을 촘촘히 엮어가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중 전주시 사회혁신센터는 단위 사업을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기관이다. 다양한 주체자 사업을 진행하면서 행정 반영과 실질적 현장 개선에 힘쓴다.
△ 진입장벽 낮추고 새 주체 발굴
지난해부터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단체들의 지역 변화 아이디어에 예산 지원하는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지역 청년과 여성을 화두로 삼는 것이 특징인 전주시 사회혁신센터는 프로젝트 역시 성평등·청년·자유 등으로 주제를 나눴다.
최근 사업 모집에서는 기존 사업·단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한편, 새로운 주체를 발굴하도록 사업 방식을 일부 바꿨다. 동일한 팀들이 아이템만 바꿔서 내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나왔고, 리빙랩의 중요한 기본 가치가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다양한 분야의 협업인 만큼 새로운 주체 발굴이 중요했다.
센터는 최근 관련 사업을 확장한 ‘커뮤니티 지원 사업’에서 절차를 간소화하고 과감하게 무정산 방식을 시도했다. 흥미는 있지만 사업계획서·회계가 낯선 시민은 센터가 준비를 함께 도왔다. 그 결과 최근 100개 팀 모집에 266개 팀이 신청했다. 내부적으로는 시민들의 공공영역 활동 진입장벽을 낮췄다고 자평한다.
△ 현실 의제 발굴·정책 반영
새로운 리빙랩 도전자들을 발굴하니 의제를 보는 시각이 다양해졌다.
청년과 기성세대간 단절뿐만 아니라 청년 안에서 세대 갈등이 발생하고, 20대 안에서도 사회구조적인 분절이 발생한다는 것을 토대로 더 세밀하게 세대 소통을 이끌어내는 ‘청년탐구생활’ 프로젝트가 나왔다.
‘동네탐구 생활’로는 청년문제 지원에 있어 개인 역량 지원보다 평소 청년이 늘 다니는 동네와 일상 환경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원민 전주시 사회혁신센터 소장은 ‘해피나비 프로젝트 팀’의 활동을 시민 의견이 행정 정책에 반영된 좋은 사례로 꼽았다. 이들은 길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원 소장은 “전주시에서 동물복지과가 신설되는 과정 속에서 ‘해피나비 프로젝트’ 팀이 민간 전문가로서 리빙랩 통해 경험한 내용, 노하우들을 전하고 영감을 주는 역할을 했다”며 “길고양이 문제를 단순히 동물권을 넘어 공동체·공존의 문제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 더 많은 시민에게 알리기
최근 열린 ‘전주시 사회혁신한마당’은 지난 1년 간 센터에서 진행한 리빙랩 사업 등을 정리해 선보이는 행사였다. 전북은 물론 외부 대표 사회 혁신가(또는 리빙랩 전문가)들을 초대해 지역민들과 함께 지역 전주의 미래를 듣는 자리이기도 했다.
사소하지만 확실한 변화를 추구하는 전국 혁신가들을 초대해 노동, 돌봄, 언론, 문화, 도시, 성평등, 공간, 행정 등 다분야의 변화 모색을 꿈꿨다.
원 소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은 주체도 중요하지만 지역 의제가 지속가능, 확장돼야 한다”며 “반드시 내가 의제를 이어가야만 하는 게 아니라 발굴한 의제가 잊히지 않도록 다양한 주체가 협업하고 네트워크를 맺어 확장하는 게 중장기 목적”이라고 말했다.
◆ 지역 리빙랩 전문가들의 조언은
전북을 비롯해 전국에서 다양한 주체자들이 리빙랩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지난 9월 제16회 한국 리빙랩 네트워크 포럼에서 각 지역별 전문가들의 지속가능한 리빙랩 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지역간 단위사업 연계돼야”
지역 사회 변화를 꾀하는 다양한 리빙랩 사업을 위해 정부가 사업·운영·설립비를 지원하지만 사업이나 주체가 자립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그러면서 이주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업지원본부 본부장, 한동숭 전주대 지역혁신센터장 등이 지역 기관들의 연계·네트워크 형성을 다시 강조했다.
농촌진흥청·전자부품연구원 등 전북 혁신도시 공공기관들과 지역 대학, 테크노파크 등 지역 기술 혁신 기반에서 리빙랩 관련 기술 개발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민간 기업의 기술 개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유사 사업들은 정리·통합돼야”
중앙부처 또는 지역별로 사업이 중복·유사성이 있어서 정리·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복지부, 환경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불특정 다수의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을 받는 각 지역에서는 연계가 되지 않거나 사례 취합이 안 된다”며 “이제는 단위사업 지원에서 벗어나 지역 간 스케일업(scale up)하거나 부처 간 연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유사한 사업들을 엮어내거나 통합하는 역할은 공무원보다 유연한 지역 네트워크가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예산을 배부하는 중앙 조직간의 연계·소통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 조직 확대·아카이빙 필요”
한동숭 센터장은 “시작은 기관을 중심으로 활동가들이 모이긴 했지만, 활동가들의 조직으로 전화돼야 한다”면서 “활동가 중심의 수평적 네트워크 조직으로 세부 지역별, 분야별 확대 발전이 필요하다. 동시에 조직 확산·관리를 위한 관리자 양성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리빙랩 사업이 단발성으로 끝나고 결과가 사장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참여자들이 경험을 익히거나 해당 이슈를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아카이빙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활동 결과를 기록하고 공공 프로젝트화 또는 소셜벤처 사업화 등으로 단계화하는 것이다.<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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