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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 방법론, 전북형 ‘리빙랩’을 찾아서] ⑥ 네덜란드 사례 (하)순환농업·웰니스

킵스터 농장전경
킵스터 농장전경
킵스터 농장에서 키우는 닭들의 모습
킵스터 농장에서 키우는 닭들의 모습
킵스터 농장에서 만든 재생가능한 계란판
킵스터 농장에서 만든 재생가능한 계란판
킵스터 농장 안에 구성된 방문객 설명 안내판
킵스터 농장 안에 구성된 방문객 설명 안내판

△네덜란드, “고갈 최소화한 순환농업이 답”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순환 농업 체계를 구축한 카스텔레이(castenray)시의 킵스터(kipster) 농장. 이곳의 닭들은 자유로운 숲의 새다. 제곱미터 규모의 닭장 안에는 고운 흙과 나무 쉼터로 꾸며진 거대한 공터였다. 닭들은 기계 설비로 다양한 종류의 일광, 신선한 야외 공기가 들어오는 닭장 안을 누볐고, 알을 낳았다. 이것만 본다면 복지농장에 가깝다.

킵스터 농장의 주요한 특징은 자원의 낭비 없이 지구와 생명에 이롭게 운영한다는 것이다.

천장에 줄지어 들어선 환기구에서 거센 바람이 나와 분뇨를 컨베이어벨트 위로 밀어낸다. 악취 저감과 동시에 건조된 분뇨는 퇴비로 쓰인다. 분뇨를 매립해 토양이 오염되는 것을 막는다.

닭들은 작물이나 사료를 먹지 않는다. 유통기한이 조금 지나 판매할 수 없지만 식용 가능한 과자를 활용한 사료를 먹는다. 새 것을 쓰지 않고 남은 자원을 활용해 낭비를 최소화 한다.

에너지 역시 지붕 위에 깔린 태양광 전지판에서 얻는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순환 농업 체계는 양계장 운영뿐만 아니라 계란 유통·농부의 위치 구축에도 적용된다. 농부가 직접 계란 생산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마트·소비자와 직거래한다. 이 농장에서 자란 닭이 계란을 낳아 계란이 소비자의 밥상 위에 올라가기까지가 ‘순환의 과정’이다.

“전 세계 농지 70% 이상이 가축 사료에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생태계·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토양 황폐화까지 가져옵니다. 그래서 킵스퍼는 농지를 사용하지 않아요.”

킵스퍼 농장을 관리하는 직원 톤 로이퍼르스(Ton Leupers)의 설명이다.

킵스퍼 농장에 따르면 네덜란드만 해도 동물이 76%, 사람이 24%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다. 인간이 가축을 잡아먹느라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 가축이 더 많은 식량과 토지를 점유하고 지구 생태계가 망가져 가고 있었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농업 수출 세계 2위인 농업 강국 네덜란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을 계획했다. 단기적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더라도 생산 효율성보다 전지구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네덜란드 농림식품부에서 이 같은 취지를 담아 지난해 8월 ‘순환 농업’ 지향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그동안 적은 비용으로 많이 생산하는 결과적 효율성에 초점을 뒀다면, 미래에는 원자재·자원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식량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거나 남는 것들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과정의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아직까지 네덜란드 내에서도 확산되지 않았다. 이미 구축돼 있는 대량 생산 시스템을 바꾸고 당장의 생산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농업 가치 넓혀야…전북엔 웰니스도 대안

현재 네덜란드 전역에 확산돼 있는 ‘케어팜’(농장형 노인 요양·돌봄 시설)이 지금은 보건복지부가 전담해 예산을 충당하고 있지만, 약 10년 전 정책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예산을 투입해 안착시킨 행정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다.

헤이그시에 위치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에서 만난 국내외 농업·사업·식품 검증 부서 담당자들은 “본래 ‘케어팜’은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찾자는 목표에서 시작했다”며, “성공적인 농업 연계 모델·시스템을 구축한 후 지속적으로는 복지 전문성이 쌓여가야 한다고 생각해 복지부가 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목한 것은 ‘순환농업’이었다. 지난해 2030 순환농업 미래비전을 선포하고, 원자재 고갈 최소화·식량 생성 시스템 내 부산물 재활용과 순환, 친환경·유기 농업 등을 발표했다. ‘케어팜’과 분야가 달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궤를 같이 한다.

마이클 (Michiel van Erkel) 국제농업·식품안전 감독은 “네덜란드 농업의 변치 않는 목표는 농업·농촌의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확장시키는 것”이라며 “1980년대에는 경제성·생산성 향상이 최우선이었지만, 이제 우리는 85% 정도의 결과를 내더라도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인구는 줄고 지구는 황폐화되며 사람들은 삶의 질에 관심이 높다. 미래에도 농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농업·농부의 지위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네덜란드의 경우 스마트팜(smart farm) 등 농업 혁신기술이 뒷받침된 농업 강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에 담당자들은 “전북지역 안에서 농업이 변환될 수 있는 가치 창출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로 ‘웰니스(Wellbing+Happiness+Fitness) 문화’가 제안된다.

단순히 식량 생산하는 농업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요구·사회적 가치에 맞춰 먹거리를 생산하거나 농업 활동을 콘텐츠로 개발하고, 농촌 환경·활동과 연계한 치유·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 도입된 개념이지만 아직까지 농업 웰니스 문화·사업을 안정적으로 특화한 지역 사례는 없다. 시·군별 문화·역사·자연경관 자원이 특징인 전북이야말로 웰니스 농업에 제격이라는 게 취재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기도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 과장은 한국인이 커피 수요가 많고, 임산부·노약자 등 카페인을 섭취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고창에서 나는 검정보리로 ‘보리커피’를 만들자는 제안 등을 예로 들었다. 고창에서 검정보리 로스팅, 보리커피 마시며 즐기는 지역 관광 등도 연계 프로그램이다. 이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국립식량과학원이 주최해 15일 청주에서 열린 ‘과학기술+사회혁신 포럼’에서 발표됐다.

/네덜란드 카스텔레이·헤이그=김보현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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