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혁신 방법론, 전북형 ‘리빙랩’을 찾아서] ⑦ 전북 현황 (상) 대학 기능·사례
취재를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전북지역 리빙랩 사업은 폭발적으로 활성화됐다. 전북 콘텐츠코리아 랩·전주시사회혁신센터·전주대 지역혁신센터 등 중추적 사업 집행 기관들이 자리를 잡아 갔고, 중앙부처 지원과 자체 사업 등 다양한 예산 지원 사업이 양적으로 늘었다. 이중 대학은 전공과 연계해 리빙랩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론·기술 등을 연구, 실습까지 하는 중요한 거점기관 중 하나다. 전북에서는 전주대 지역혁신센터(센터장 한동숭)가 선도적으로 대학과 지역사회가 연계한 리빙랩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올해는 센터 사업에 선정된 전주대 학생들이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 커피콩으로 도시의 악취 문제를 해결하고, 노년층이 사용하기 쉬운 키오스크(무인 정보단말기)를 개발했으며, 농민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맞춤형 농작물재해보험을 설계하는 등 우리 주변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커피찌꺼기’로 잡는 혁신도시 악취…시민·연구원 협업 류정목, 함범수, 송지훈, 박솔지, 김승연, 서고운 학생으로 구성된 ‘콩가루 집안’팀은 한번 쓰고 버려지는 커피콩가루(커피찌거기)로 전주혁신도시의 악취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전주혁신도시는 인근에 위치한 축사에서 나오는 고질적인 악취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도시 인근 3~4km에 위치한 김제시 용지면의 축사와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이 악취의 주요 발생지로 주목되고 있다. 팀원들은 “악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탈취 효과가 있는 커피콩가루의 기능에서 고안해 냈다”고 말했다. 축사 분뇨와 커피찌꺼기를 섞어서 악취를 저감하는 것이다. 이들은 “커피 소비가 늘어나면서 매년 커피찌꺼기 13만 톤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하면서 악취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수하게 커피콩가루만으로는 고약한 축사 분뇨 냄새를 잡을 수는 없다. 이들은 전주대 지역혁신센터를 통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박사·전주혁신도시 악취 모니터링단 등을 소개 받았다. 학생들은 전문 박사들과 클로렐라균, 고초균, 광합성균, 복합균, 유산균, 효모균 등 다른 미생물을 커피찌꺼기에 섞어서 악취 저감 효과를 실험했고, 효과를 확인했다. 시민이 체감한 지역 문제와 해결 아이디어를 전문가와 함께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가는 리빙랩 과정을 충실하게 실행한 프로젝트였다. △세대 갈등 부르는 무인 기계, 전공 기술 접목해 바꿔 “사실 키오스크가 발달돼 편리한 점도 있지만, 디지털 기기에 취약한 어르신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키오스크라는 용어는 낯설지만, 식당 무인 주문·계산기나 지하철·고속버스 자동발매기 등을 떠올리면 된다. 전주대 스마트미디어학과 문소영, 팀원 김나연, 윤승연, 윤현화, 정찬영 학생으로 구성된 ‘독수리 오자매’팀은 노인의 디지털 접근 향상 방법에 주목했다. 이들은 “특히나 늦게 한다고 노골적으로 짜증내는 젊은 사람들 때문에 바쁜 점심시간이나 손님이 많을 때 기계 앞에 서는 것 자체를 포기한다고 한다. 이렇게 ‘키오스크’가 사회문제, 세대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데, 저희 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팀원들은 우선 노인들이 왜 불편을 느끼는지 조사했다. 터미널, 음식점 등에 찾아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재 키오스크가 연령대별로 메뉴가 나눠있지도 않고, 메뉴 구성도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외래어가 많고, 메뉴의 의미가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그림이나 사진으로 표현돼 있지 않은 것도 어려움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음식 주문·계산기를 고안했다. 10대, 20~30대, 40대, 50대 이상 연령별로 메뉴를 선택할 수 있게 구성해 연령대별로 아이콘과 글씨 크기를 다르게 조정했다. 또 어린아이나 노년층에게 생소한 영어 표현, 테이크 아웃(Take Out), 스몰(S), 미디움(M), 라지(L), 캐시(Cash) 등을 한글로 기재했다. ‘독수리오자매’팀은 “프로그램 구현이 완료된다면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진행하는 키오스크 교육 자료와 우리 팀이 개선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접목해 지역 어르신을 찾아가 ‘키오스크 활용’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업서 배운 ‘농작물보험’, 현장 맞게 재구성 이준호, 이윤상, 심서우, 최진우 학생으로 구성된 ‘위기탈출 농작물’팀. 수업에서 국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36% 수준이고, 실제 이용자는 32% 수준임을 확인한 이들은 보험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농민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맞춤형 농작물재해보험을 설계하고자 했다. 이들이 농가를 찾아 파악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는 마을이나 조합별로 관심, 노력의 여하에 따라 가입율이 크게 차이가 났다. 마을이 동일한 농작물을 재배할수록, 조합이 크기가 크면 클수록 전체가 함께 재해보험을 가입했지만, 마을과 재배 작물도 상이하고 영세농이면 가입률이 그만큼 낮을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이미 국가와 지지체에서 65~90%이상 지원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인상은 제대로 보상받고 있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가입하는 방식이 어렵다는 점이다. 작물별로 가입해야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어서 여러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에는 가입기간을 제대로 챙기기가 어려웠다. 팀원들은 “자신이 키우는 작물중에 보험이 필요한 작물만 선택하면, 가입시기에 맞춰서 보험가입 권유 연락이 가거나 가입기간을 한정하지 않는 대신에 보험료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확인하고 있다”며 “우리의 기획이 NH 농장물재해보험에 제공돼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