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 인상 깊은 이야기를 접했다. 경기 지역의 한 서점인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겪는 지역서점의 어려움을 호소한 글이었다. 그는 “공공도서관이 올해 한시적으로라도 10퍼센트 할인을 받지 않고 정가로 도서관 자료를 구입해주면 좋겠다”고 썼다. 서점이 하도 어려우니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올린 글이라 했다.
그런데 해당 지역 시의원이 그 글을 읽고 시에 건의한 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정책이 결정됐다고 한다. 관내 지역서점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자료구입 예산 중 미집행된 10퍼센트 할인 없이 정가로 구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실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 정책으로 인해 한 서점당 약 350만 원의 수익이 추가된 셈인데 혜택을 받는 서점이 27곳이니 시 전체 지역서점들에게는 약 1억 원의 추가 수익이 돌아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안 당사자로서 무척 고맙고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고 한다. “서점 입장에서는 정가를 모두 받으면 수익이 늘어나 좋은 일이지만, 도서관의 자료 구입량이 줄어들면 시민과 출판사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염려”에서였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까. 다행히 기관 측에서 정가 구입으로 줄어드는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올해 1차 추경에 9,700만 원을 세워 걱정이 해결됐다는 소식이다. “놀랍고 감동적인 행정의 본보기”라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지역서점 살리기…지역서점인증제에서 조례까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지역서점 인증제’를 적극 활용해 지역서점에서 우선적으로 도서를 구매하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지역서점들의 수익을 개선하고, 도서납품을 위해 이름만 걸친 이른바 ‘유령서점’을 가려 달라는 취지에서다. 지역서점 인증제는 이러한 유령서점을 막기 위해 실제 매장을 운영하는 지역서점인지 확인하고 인증하는 제도로 현재 광역 2곳과 기초 9곳 등 11개 지자체가 조례·지침·공고 등의 형태로 실시하고 있다.
지역서점인증제는 2015년 민간단체인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추진해 그해 전주시에서도 도입했다. 현재까지 시에서 지역서점으로 인증한 서점은 총 94개소다. 그 사이 2017년에는 전북도에서 의미 있는 조례도 나왔다. 국주영은·이성현 의원이 공동 발의한 ‘전북도 지역 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이하 도지역서점조례안)’이다. 조례의 골자는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서점 틈새에서 지역 서점이 경영 안정화를 이뤄 지역문화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5년 전 지역서점 인증제도에서 시작된 지역 서점 활성화 움직임은 전국적으로도 광역 자치단체 조례로 확산되며 본격적인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한해가 다르게 바뀌는 지역서점 생태계에서 어떻게 빨리 제대로 조례가 실행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 지역서점인증제를 통해 보는 ‘결’
광역지자체는 도서를 구입할 때 대상 선별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여기에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지역서점 인증제다. 때문에 인증제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튼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각 지자체에서 의견을 수렴해 수정을 거듭하기도 한다. 지역서점인증제는 얼개는 비슷하지만 들여다보면 지자체마다 그 세세한 결이 다른 경우가 많다. 2017년 광역 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인증제도를 실시한 경기도가 모범사례로 언급되는 이유는 바로 그 결에 있다. 인증 기준을 살펴보자.
△경기도 내 서점으로 실제 일정 규모의 방문용(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것 △사업자등록증상 사업의 종류가 소매 서적업으로 등록되어 있고 도서판매를 주종으로 할 것 △경기도에서 사업자등록일 기준 1년 이상 영업을 지속하는 서점일 것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영업(주 40시간 이상)하는 서점일 것 △서적총판, 학원, 납품위주 업체, 종교서적 전문서점, 어린이 전집 할인매장 등은 제외
문체부에서 권고한 ‘유령서점’ 차단막이 인증기준에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인상깊다. 또 하나는 인증 유효기간이 단 2년이라는 점도 배울 만하다. 2년 마다 인증을 갱신하며 서점의 사업자 상태와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통해 인증제를 수정해나가면서 서로 경계를 늦추지 않고 발전할 수 있도록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특히 전주시에서도 도서관과 함께 기록할만한 좋은 사례가 태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시의 실핏줄인 작은 서점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지역과 상생하며 나아가길 바라본다. 필자는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동안 ‘서점의 이유, 지역의 이유’라는 화두를 통해 서점과 함께 뛰는 지역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한다. /임주아 시인·물결서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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