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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20 시민기자가 뛴다] 코로나19, 다양한 발상으로 예술분야 새 교본 만들다

또다른 감동과 설렘이 존재하는 예술·축제를 위해

어린 시절 집 앞 한 고등학교에서 축제가 열린 적이 있었다. 소란스러운 음악소리와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관경으로 인해 순간 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어느새 단숨에 그곳으로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화려한 조명과 심장을 울리는 앰프 소리를 비롯하여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고등학생 형들의 모습이 어찌나 멋지고 인상이 깊었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축제를 연상케 하는 먹거리 야시장과 반짝이던 주변 풍경들 또한 빠짐없이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음악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가면 본능적으로 스쳐가는 그 느낌. 그 느낌은 그때부터 내 마음속에 축제로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해 열린 전주 문화재 야행.
지난해 열린 전주 문화재 야행.

△축제 현장의 마법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되었고, 예술 분야에 일을 하게 되면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여느 때와 같이 축제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축제를 즐기던 와중 바닥에 길게 늘어 붙여져 바람에 일랑이던 헬륨풍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엔 그저 장식품으로 인식이 되었으나 축제 개막이 시작된 후 풍선은 더 이상 장식품이 아니었다. 웅장한 음악이 울려 퍼지고 화려한 조명에 빛이 들어오며, 공중에 집채만 한 고래와 물고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여러 바다 생물체의 헬륨풍선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바닥의 풍선은 바람에 흩날리며 어느새 내 눈엔 물미역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축제 현장이 바다로 변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나만이 느낀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그곳에 온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느꼈을 것이라 생각된다. 축제가 점차 무르익고 어느새 자정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와중 어느 학생이 했던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 학생의 어머니는 어서 집으로 돌아오라 다그치는 듯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으나 학생의 마지막 발언은 이러했다. “엄마 제발 이거 끝날 때까지만 보고 갈게, 부탁이야 꼭 보고 싶어!” 당시 무엇이 그 학생의 발걸음을 잡아 두었는지 나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완벽한 축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예술현장의 고민

세월이 흐르고 지역의 여러 문화예술축제와 공연을 만들어오며 항상 그러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문화예술의 울타리에 찾아와 집으로 돌아가길 아쉬워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항상 사람들과 고민하고 연구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전주문화재야행이다. 전주문화재야행은 2018년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야행을 시행하는 27개 지자체 중에서 ‘최우수야행’으로 선정되었으며, 올해는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야간명소 100선’에 선정되며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다른 해 보다 더 많은 준비와 열정이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관광객이 아주 많이 와도 걱정, 오지 않아도 걱정이며 가장 큰 문제는 프로그램 이외에 코로나19에 대한 대비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가 가장 큰 걱정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붐비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야외에서 문화재를 활용해야 하는 야행의 특성을 고려하면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은 전주문화재야행추진단 뿐만이 아닌 다른 지역 축제 조직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판단된다.

결국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축제의 모습은 모두 포기하고 또 다른 축제의 모습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현실을 피부로 느끼며, 앞으로의 모든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 것이란 사실에 수긍 아닌 굴복한 것은 아닌가라는 좌절감도 느껴지며 마음 한편이 공허하기만 할 뿐이다.

 

지난해 열린 전주 문화재 야행.
지난해 열린 전주 문화재 야행.

△새로운 방법론으로 사태 극복

현재 우리는 내일이면 나아지겠지, 다음 주 정도면 분명히 나아질 것이라는 간절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사태는 점차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며, 우리 지역에서 예정되어 있던 문화예술 축제를 비롯하여 공연, 상설 프로그램이 시행되지 못하거나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기획단을 비롯하여 참여자들의 어려움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또한 이들을 기다려 왔을 관객 역시도 아쉬움이 클 것이라 생각된다.

그 와중 예술인들은 현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도를 세워 공연과 축제를 진행해 보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다소 무모한 방법일 수 있으나 결국 예술인의 다양한 발상과 시도는 점차 방법론으로 쌓여가고 있으며, 새로운 예술 분야의 역사를 쓰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방법론은 언젠가 또 다른 국면에 교본으로 활용될 것이란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린 또 한 번 고민해 본다. 어린 시절 우리의 심장을 뛰게 했던 축제와 그동안의 우리가 목표해온 예술의 감동과 설렘을 어떻게 또다시 구현해내고 대중에게 어떻게 선사할 수 있을지를 말이다.

 

/이왕수 문화예술공작소 예술감독·전주문화재야행 기획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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