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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20 시민기자가 뛴다] 사람인(人) 그리고 예술인(人) 우린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고 있는 시점이다. 몇 개월간 자연의 재앙 속에서 오직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살아야겠다는 의지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없어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문화예술인이 겪고 있는 상황을 잠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20년 가까이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던 후배가 잠시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혼자의 몸이었으면 어떻게든 버텨보겠으나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엔 이러한 사실조차 털어놓는 것이 부끄러웠다는 이야기에 선배 된 입장에서 한없이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딱히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에 나 자신이 작게 느껴지며 우리가 참 나약한 존재였고 특히 예술가의 직업은 그리 위대하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문득 어릴 적 부모님께서 항상 걱정하며 이야기하셨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예술을 하면 배고프다고”. 그리고 그 당시 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려 볼 수 있었으며 혹여 우리의 직업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결코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현 상황은 결코 누구의 책임과 문제가 아닌 완벽한 재난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전주시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인을 돕고자 하는 100인 릴레이 간담회가 여러 차례 개최되었으며 이내 긴급하게 단비와 같은 전주형 재난 기본소득 “전주시 문화예술인” 지원 사업이 추진된다는 것이었다. 예술인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선불카드를 지급한다는 사업이었으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밖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춘 마이크’와 ‘예술인 창작준비금’의 규모와 인원을 대폭 확대하였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긴급 모금 프로젝트 지원’ 기업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펀딩 형식의 모금과 같은 사업들 내세워 예술가의 창작활동 중단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움직임들 보이고 있었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나마 예술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이 펼쳐짐에 조금이나마 기운이 난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아직 목이 마른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요구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밖에 민간예술단체에서의 문화예술인을 응원하는 사업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이 구매한 커피와 엽서를 지역의 예술인에게 선물함으로써 서로 간 인연을 맺어주는 문화통신사의 기린쌀롱, 전북문화관광재단의 SNS를 통한 지역예술가 응원 댓글 달기 운동과 커피 나눔 같은 이벤트들이 작지만, 지역예술가들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었다. 또한, 개인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가장 가장 나눔은 어느 대학 교수님의 3개월간 월급 중 30%를 지역 청년 예술인에게 기부했다는 소식과 어느 교사께서는 지역 극단에 3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한 사실이 공개되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그래서 인가 예로부터 고을에 어려움이 있거나 흉년이 들었을 때 마을의 최고 부잣집에서 곳간을 열어 당시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백성을 구했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우리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예술인 돕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 있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전통공연예술인 긴급연대 제안’ 사업으로 서울지역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전통공연예술인 대상으로 펼쳐지는 나눔 사업이었다. 약 400여명을 선정하여 개인당 10만원씩을 지급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 긴급연대를 제안한 구성단체가 이색적이었다. 정확한 단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초동모임 구성체가 있으며 초동모임의 구성인원은 현재 다양한 국공립단체에 제직하고 있는 일부 단원과 민간단체의 대표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프리랜서와 어느 기관의 소속 단원의 위치를 벗어나 서로를 바라보자는 의미로 생각된다.

 

“우린 현재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같고 우린 현재 같은 어려움을 보고 있다” 그리고 “손을 내밀고 싶고 지켜주고 싶고 함께 살아가고 싶다” 이야기하였으며 “예술이 세상에 하는 일처럼 예술가가 예술가의 삶을 바라보고 싶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무언가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글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나 또한 10년 전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해 예술 분야의 일거리가 변변치 못한 적이 있었다. 항상 미래를 걱정해야 했고 생활고에 쫓기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항상 어려운 고비마다 주변의 동료들이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그들이 조금씩 나누어 주었던 작은 일거리들로 용기 내어 버틸 수 있었으며 조금씩 성장해 나아 갈 수 있었다. 위 내용을 보니 부족하지만 이젠 나도 누군가의 작은 버팀목이 되고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끝으로 현재 자연은 우리에게 가장 절묘한 타이밍에 가장 예술적인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생각한다. 부처가 되어야 알 수 있다는 깨우침을 준 것일 수도 있다. 한없이 긍정적인 생각일 수 있으나 사람으로서 평생 얻을 수 없을 허가된 휴식의 시간을 얻은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누군가처럼 직장이 있는 예술가처럼 삶이 보장되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나쁘게 생각하면 한없이 나쁘고 좋게 생각하면 한없이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았을 때 현재는 결코 비관적이며 절망적이지 않음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비온 뒤 땅은 굳어지기 마련이다.

 

이왕수 씨
이왕수 씨

△필자 이왕수 씨는 문화예술공작소 예술감독과 전주문화재야행 기획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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