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경제적으로 힘든 원인은 아직도 농업이 주를 이루는 탓이 크다. 기계화를 통해 농업생산성을 높여도 공산품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삼락농정을 구현해서 잘사는 전북을 만들고 있지만 농업이 갖는 한계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역대 정권이 산업화 전략을 짜면서 전북을 식량생산기지 정도로 여긴 게 문제였다. 큰 틀에서 수도권, 영남권, 남해권에 집중적으로 공업화 전략을 펴다 보니까 전북 소외는 가중되었다.
전북이 가장 경계해야 할 상황은 인구감소다. 청년일자리가 없다 보니 해마다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전북을 떠난다. 이농인구 증가로 전북은 노인인구 비율만 높아졌다. 적은 생산인구로 노인인구를 부양하는 힘든 구조다. 도가 백년 먹거리 마련을 위해 탄소수도 건설을 주도하지만 경북 구미와 경쟁관계로 갈등요인이 잠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을 효율적으로 받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전북이 지난 197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부터 광주 전남에 정치적으로 예속되었다. DJ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한 맺힌 생각 때문에 전북이 호남권 틀에 갇혀 옴싹달싹 못 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 이후에는 더 했다. 간헐적으로 전북 홀로서기를 주창했으나 큰 파도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997년 DJ가 대통령이 되면서 좋은 기회가 왔지만 전북정치권이 광주 전남 실세그룹들의 견제에 밀려 눈치보며 자리보전하기에 급급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각자 도생하기에 바빴다.
전북은 3명의 진보대통령을 만드는 데 기여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야 전북 몫을 찾기 시작했다. DJ나 노 대통령 때도 밀어줬지만 전북발전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북을 7차례나 방문하면서 전북을 친구라고 지칭하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고 그간 터덕이던 새만금사업도 연간 1조 이상이 투입되면서 활기를 띤다.
보수정권 하에서 전북의 존재감은 없었다. 인사차별이 극에 달해 중앙공직사회에 전북 출신의 씨가 마를 정도였다. 이명박 정권 때 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빼앗겨 모처럼 분기탱천했지만 전략실패로 도민들은 좌절감만 맛보았다. 공기업 선진화 전략에 따라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치는 판에 전북이 분산배치안을 들고 나온 것이 패착이었다. 경남 진주는 전북의 분산배치안을 전해 듣고서 게임은 끝났다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 당시 국회 가서 관제성 데모를 하고 도내에 플래카드로 도배질한 비용만 고스란히 날렸다.
하지만 LH 유치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혁신도시 시즌2를 앞두고 금융기관 본사 유치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군산 출신 은성수 금융위원장에만 의존하지 말고 전방위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부산 정치권이 똘똘 뭉치고 부산은행이 중심이 돼서 해양금융중심지를 만든 사례를 배워야 한다. 늦었지만 전북도와 전북은행이 다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연금공단이나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이전해야 한다는 뚱딴지 같은 소리가 계속 나올 수 있다.
전북도가 산업생태계 재편을 추진하지만 속도를 내야 한다. 탄소소재법 개정으로 동력을 얻은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전주, 군산, 익산, 완주를 탄소특구로 만들어야 한다. 수출뿐 아니라 내수시장도 장악해야 한다. 송하진 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도 긴밀하게 협조체제를 구축, 탄소수도건설에 힘을 합쳐야 한다. 최근 송하진 지사가 전주시 정책을 꼬집어 현란한 정책이 꼭 좋은 건 아니라고 지적한 것에 뒷말이 무성하다. 김 시장의 정책이 너무 인기영합주의로 흘렀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편에선 전주의 자존감을 높였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은 전북발전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부 여당과 소통의 길이 열려 전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도다. 문제는 패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치유하지 않으면 전북몫 찾기가 어렵다. 이번에 초재선으로 채워져 전북정치권이 약화되었지만 재선급에서 상임위 간사만 나오면 가능하다. 도민들이 안 된다고 열패감을 갖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으면 한다. 뒷담화만 하는 잘못된 버릇부터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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