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립극장 창설 70주년 기념공연 창극 ‘춘향’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하였다. 공연 관람 전 혜화동 대학로에 일정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2주 전 서울의 모습과는 다소 다른 풍경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시 주춤하나 싶었으나 또다시 시작된 확산의 조짐으로 인해 다시 심각 단계의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다. 단 한 사람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며 이젠 모든 대중교통은 마스크 없이 탑승이 불가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또다시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사회적 풍경이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으로선 이것이 최선일 따름이다.
대학로에서 일정을 마치고 장충동 국립극장까지는 공공자전거로 이동하였다. 답답한 지하철이 싫기도 하였으며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립극장에 도착하여 잠시 쉬고 있는 사이에 휴대폰의 메시지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문화예술공작소에서 기획 제작한 이야기술사 시즌2 ‘경기전 사람들’에 참여하는 배우들의 연습 영상이었다. 경기전 사람들은 전주의 역사 이야기를 대본화하고 아홉 명의 캐릭터를 발굴하여 지역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1인극 형식으로 관광객에게 전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본래 5월 초에 시작했어야 할 프로그램이 6월 6일로 변경되면서 현재 연습이 한창이다.
‘경기전 사람들’의 연습 영상을 보며 배우들의 수많은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 구사하는 화술과 눈빛 표정을 비롯하여 수많은 감정의 표현들이 그동안 스쳐 갔을 배우들의 연구와 수고로움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더욱 세밀하게 이들의 연기를 관찰 아닌 관람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현재 나에게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또한,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차후 관객과 만나게 될 배우들의 설레는 모습과 이들의 연기를 관람하며 감탄할 관광객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 최정상의 예술단체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국공립 단체의 공연 영상물이 인터넷 영상 매체(YouTube)를 통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공연 연출과 기획을 하고 있는 내게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세계 각 예술기관의 공연영상 공개로 인해 나는 얼마 전 영국을 프랑켄슈타인, 캣츠 오리지널 버전을 비롯하여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나는 순식간에 전 세계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예술여행을 떠날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국가에서 펼쳐낸 공연영상은 스토리부터 무대 미술, 의상, 조명, 그리고 배우들의 동선 표정을 비롯하여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과 눈빛까지 객석에서 관람했을 때 보다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밖에 국내 국공립 및 민간단체에서도 무용, 음악, 뮤지컬, 연극 영상들이 실시간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앞으로 나의 예술 활동에 큰 그림을 그려보는 상상을 할 수 있었으며 매우 흥미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당연히 관객의 입장에서 객석에 앉아서 현장에 대한 감동을 직접 느낄 수 없는 것은 분명 아쉬웠지만, 학습하기에는 더없이 훌륭했다. 그리고 아무리 세계적인 작품이라도 약간의 옥에 티는 있었으나 이러한 결점을 찾아내는 것조차 흥미로운 학습 방법이라 생각한다.
어느덧 국립창극단 ‘춘향’의 공연시간인 저녁 8시가 다 되어 서둘러 마스크를 쓰고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신상에 대한 기록을 작성하고 열 체크, 손 소독까지 마친 후 티켓을 받아들고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공연장의 관경과 분위기가 약간 어색하긴 했지만, 공연을 실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었다. 이전과 공연 관람 문화가 변화된 것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과 내가 앉은 객석을 기준으로 양옆과 앞뒤에 다른 관객이 없다는 것 그리고 배우를 제외하고 그 외 스텝 연주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연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연의 막이 오르고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온몸을 감싸는 전율 그리고 하나둘씩 등장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온 극장에 진동하는 배우들의 합창은 그야말로 그동안의 영상으로 봐왔던 감동과 학습을 잊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나의 눈가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슬픔이 아닌 감동의 눈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감정이 관객의 입장뿐만이 아닌 예술가와 관객을 비롯하여 공연을 준비하는 제작진과의 관계 안에서 예술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위대한 모습에 벅차오른 감정 호소라 생각된다. 그만큼 예술가에겐 관객이 소중하고 대중에겐 예술이 소중하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순간에서 예술가와 관객은 언제나 서로 예술로써 위로하고 위로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예술가는 끊임없는 연구와 고민을 통해 관객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예술가는 자신의 만족과 실력 향상이 전재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관객을 위한 예술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서 예술가와 관객은 상호 작용적 존재가 아닌 서로 위하는 존재,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발전되어야 함을 당부하고 싶다.
/이왕수 문화예술공작소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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