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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헛담

가른 듯 가르지 않았습니다. 가리지 않은 듯 가렸습니다. 헛담입니다. 내외가 엄격하던 시절이었으니 안팎을 구분해야 했겠지요. 안채와 사랑채를 가를 필요가 있었겠지요. 안주인 민망하지 않게 사랑채를 가렸습니다. 붙박이 사랑손님 체통 안 떨어지게 안채를 떼어놓았습니다. 담장 안쪽에 담인 듯 담 아닌, 담 아닌 듯 담인 내외담을 지었습니다. 벽보다 덜 완고하게 구분지었습니다. 정읍 김명관 고택, 바깥주인이나 쥐걸음으로 드나들고 참새 헛기침으로 넘나들게 지었습니다. 사랑채 댓돌 위를 살필 수 있게 반담입니다. 그 너머로 헤아려 늦지 않게 술상을 내고 때맞춰 밥상을 들였겠지요. 꽃으로 경계를 놓는 꽃담처럼 마음에나 지은 담입니다.

말이 벽이 되는 세상입니다. 담장 위 가시철망을, 깨진 유리병 조각을 걷어내야 하겠습니다. 콘크리트 담 허물고 흙으로 반담을 지어야겠습니다. 견고와 완강을 허물어 헛담처럼 경계인 듯 아닌 시늉을 지어야겠습니다. 가시 달린 덩굴장미는 말고 함박꽃을 피워, 담장 안팎에 함박웃음 환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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