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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우물

샘물은 시원했습니다. 우물물은 시렸습니다. 샘은 마을이 들어서기 전부터 샘솟았을 터입니다. 우물은 터를 잡아 집을 지은 뒤 팠을 터입니다. 목마른 누구라도 마실 수 있게 낮았고 행여 삼대독자 빠질세라 높았습니다. 동네 한가운데 샘은 주인이 없었습니다. 우물은 항상 대문이 닫혀있던 기와집 거였습니다. 샘터는 왁자했고 우물가는 고요했습니다. 바가지로 떴고 열 길 두레박을 내려 퍼 올렸습니다. 샘에는 별도 달도 떴습니다. 그믐밤 같은 우물엔 물 긷는 얼굴조차 뜨지 않았습니다. 새벽 샘물로 가마솥에 밥을 안쳤고 첫 우물물로 조왕신께 빌었습니다. 샘터에선 탁탁 탁 빨랫방망이를 두들겼고 우물가에선 시할머니 흰 고무신을 짚수세미로 씻었습니다. 항상 퐁퐁댔고 언제나 입 다물고 있었습니다. 샘을 보고 하늘을 보았으며, 하늘을 보고 우물을 보았습니다. 찰랑거렸고 철렁거렸습니다.

우물이 말랐습니다. 돌확엔 세월이 고였고 장독은 깨졌습니다. 집안 내력을 발설할 수 없다는 듯이, 우물은 꾹 덮개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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